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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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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로저>
 
"나는 그냥 편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을 뿐인데, 글 올리면 뻐꾸기 메일들이 하도 많이 날라와서 짜증나."
 
"남자친구의 페니스 사이즈에 대한 고민을 쓴 적이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자기 아랫도리 사진을 찍어서 메일로 보냈지 뭐야. 자기랑 연애 하자고."
 
"대화도 잘 통하는 거 같고 사는 동네도 비슷해서 차 한잔 마시려고 만났었어. 밤이 늦어서 들어가려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모텔에 가자는 거야. 싫다고 했더니 그럼 왜 만났냐는 투로 짜증을 내더라고."
 
이상은 팍시러브의 여성 회원들이 가장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남성 회원들에 대한 불만 사항이다. 자신이 남성들의 원나잇스탠드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불쾌하다는 여성들의 푸념을 들을 때마다 '작업 당하는 때가 좋은 거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지만, 사실 이러한 이야기의 저변에는 성적으로 개방된 듯한(?) 여성들을 대하는 사회적 편견이 깔려 있는 것 같아 좀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렇게 까지 생각 할 게 뭐 있냐. 싫으면 안 하면 되는 거지." 라고 이야기하실 분들이 많을 줄 안다. 필자 역시 '그건 피해의식이다. 여유 있게 무시해라.'라고 그간 숱한 잘난 척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내 입장이다. 세상 모든 여자들이 나처럼 뻔뻔하지도 않을 뿐더러,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 멋대로 사는 데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 사실 아닌가.
 
섹스에 관해 함부로 입을 여는 것이 금기시되는 문화에서, 자신의 성 경험을 털어놓는 작업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아무리 익명성이 보장된다 할지라도 남들 앞에서 자신의 섹스 이야기를 공개한다는 것은 다소간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며, 그만큼 자기 검열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어렵게 털어놓은 이야기들이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미끼 정도로 취급되었을 때, 여성들은 금새 마음을 닫고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을 후회하기 마련이다. 자존심도 신비감도 없는 ‘헤픈 여자’ 로 보여지는 것이 기분 좋을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것은 마치, 혼자 바에 앉아 술을 마시면 ‘남자 꼬시러 온 여자구나.’ 라고 여겨질 것이 두려워 눈치를 보게 되는 심리와 같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애주가 여성들의 애로 사항 중 하나는, 퇴근 길에 한잔 생각 날 때 ‘술 마실 장소가 없다’ 라는 거다. 정확히 말하면 장소가 없는 게 아니라 혼자 마실 용기가 좀 처럼 나지 않는다. 혼자서 술을 마시면 무슨 사연 있는 여자를 대하듯 신기하게 쳐다보거나, 심하게는 전문적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선수(?) 취급하며 노골적인 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에겐 대개 정중한 거절도 잘 먹혀들지 않는다. 알만큼 알면서 웬 내숭이냐는 투다. 그런 일을 겪고 난 대개의 여성들은 다시는 혼자 술 마시면 안되겠다는 교훈을 얻고 여자로 태어난 것을 한탄하거나 남자들에 대한 혐오감을 쌓게 된다. 내 친구 최모양의 말처럼 "피해의식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어!"하고 말이다.
 
누누이 들어온 어른들의 말씀을 되새기며 "남자들은 다 늑대야. 그러니까 조심해." 혹은 "여자는 자고로 자신을 다 드러내면 안 된다."라고 딱 잘라 결론을 내리면 모든 것이 쉬워진다. 그러나 그런 식의 벽 쌓기가 남녀 관계에 하등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섹스를 포함하여) 자신에게 솔직한 여자를 ‘헤픈 여자’로 뭉뚱그려 해석하는 묘한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여성들은 계속 내숭을 떨며 ‘난 그런 여자가 아니야.’ 라는 묻지도 않은 말로 솔직한 대화를 거부할 것이다. 그런 내숭이 침실에 까지 이어져 트러블을 겪는 커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내숭 떠는 여성을 탓하기에 앞서 무엇이 그녀를 내숭 떨게 만드는가에 대해 한번쯤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
팍시러브
대한여성오르가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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