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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낙태수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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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도다리>
 
내 오랜 친구 J, 그녀가 얼마 전 낙태수술을 했다. 뜻밖의 일이었다. 당연히 피임을 하고 있으리라, 그만큼 똑부러지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생명을 죽였다는 죄책감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덤덤한 나머지 화가 났다고 했다. 그녀는 별다른 고민 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풀릴 때까지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그녀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든 걸 책임지겠다던 남자친구는 수술비를 내놓으라고 하자 화를 내더니 연락을 끊었다. 털어놓고 이야기할 친구도 물론 없었다. 자신의 불행을 안주 삼아 '우리에게 그런 일이 안 생겨서 다행이야' 라며 안도할, 밤새 수다를 떨어댈 그들을 생각하니 차라리 혼자인 게 낫다고 생각했다.
 
수술은 신속하고 간편했다. 마취 후유증으로 몸이 좀 휘청거리긴 했지만 금세 괜찮아졌다. 한동안 괴롭히던 입덧과 함께 불안했던 마음도 마술처럼 사라졌다. 남자 친구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 또한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니 사그라들었다. '그냥 재수가 억세게 없었을 뿐이야'라고 생각했다. J는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어휴... 저 집 부모들은 얼마나 속이 상할까?"
 
과일을 깎던 엄마가 J의 엄마가 TV 화면을 힐끗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저 어린 나이에 몸 함부로 굴리고 나중에 얼마나 후회를 하려고... 쯧쯧쯧 세상에, 요즘 애들은 어쩜 저렇게 뻔뻔스러울 수 있니?"
 
열다섯이나 됐을까, 자주색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빠른 말투로 말했다.
 
"제 친구들은 거의 다 해 봤죠. 20에서 30정도 들고, 개월 수가 많으면 더 들고... 돈이 없으니까 친구들끼리 계를 만들기도 하고 그래요."
 
낙태계라니... 확실히 뭔가 잘못돼가고 있다. 하지만 J는 그게 저 껌 씹는 여학생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계속되는 엄마의 한숨이 듣기 싫어 다른 얘기를 중얼거리며 화제를 돌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J 엄마의 비난은 그칠 줄 몰랐다.
 
“저런 모자이크로는 아는 사람들은 얼굴 다 알아볼 텐데… 저런 것들은 아주 얼굴을 다 공개해서 망신을 줘야 돼. 그래도 사람이라고 창피한 줄은 알래나?”
 
J 엄마는 자기 딸 J가 순결하고 단정한 처녀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 엄마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사실이 내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J는 남자 친구에게 사랑 받고 싶었고, 그건 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J가 섹스를 즐긴 건 아니었다. 그는 항상 자기 위주였다. 그렇다고 딱히 뭔가를 요구해본 적도 없었다. 꽉 막힌 불감증 여자 친구가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녀는 열심히 신음을 내질렀다. 그러다가 임신이 된 것, 그뿐이었다.
 
엄마가 가르쳐 준 게 뭐지? 섹스는 나쁜 짓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대신 “니 몸을 사용하는 일이니만큼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으니까 말이야. 섹스하고 나서 토끼 뜀을 뛰어 정액이 흘러나오게 하면 절대 임신이 되지 않는 다는 그 남자의 말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야. 콘돔 없이 섹스하는 것은 슬리퍼 신고 암벽등반을 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짓이란다. 어른이 되고 사랑을 하면 섹스를 하게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섹스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즐겁게 하기 위해 하는 거지 남을 위한 희생이 되어서는 절대 안 돼. 낙태 경험 있는 여자는 있어도 낙태 경험 있는 남자는 없잖니. 사랑이 지나갈 때 내 몸에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면 니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똑똑해 지는 수밖에 없단다. 라고 진실을 말해주었더라면 그런 멍청한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을 거라고 따지고 싶었다.
 
단지 생각만 그렇게 할 뿐이었다. 
팍시러브
대한여성오르가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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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애플 2015-07-31 18:37:14
아아 난 저런 엄마가 되어야지...
ppangka 2015-07-27 11:12:49
참 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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