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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잘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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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렌즈 위드 베네핏>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섹스 잘하는 남자'를 객관적으로 정의할 자신은 없다. 내가 그 방면에 무슨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수많은 여성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해서 정확한 통계를 내어 본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다만 내 경험과 주변의 몇몇 지인들이 하는 얘기를 종합해서 잘 하는 남자와 못 하는 남자. 그리고 그럭저럭인 남자를 나름대로 정의하고 있을 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섹스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사실 파트너 한 사람이 섹스의 달인이라 하더라도 상대가 단 한 번도 섹스를 해 보지 않았거나 아니면 섹스에 전혀 흥미가 없다면 그들이 최고의 섹스를 즐길 확률은 거의 희박하다. 물론 남자들의 판타지에서는 섹스를 처음 해보건 아니면 흥미가 없건 남자들이 매우 힘 있게 밀어주면(?) 여자는 어느새 섹스에 눈을 떠서 황홀경을 맞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판타지에만 등장할 뿐이다. 처음 한 여자가 남자 기술이 너무 좋다고 해서 뿅 가는 일이라던가 아니면 섹스에 전혀 흥미가 없었는데 갑자기 섹스에 눈을 확 까뒤집는 경우는 거의 안 일어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섹스를 얘기할 때 여자의 능력 보다는 남자의 능력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한다. 섹스의 실력에 있어서 만큼은 남녀가 결코 평등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남성의 판타지에 가장 부합하도록 만든 포르노에서조차 여자들의 역할은 남자의 그것에 비해 그렇게 크지 않다. 오히려 거기에는 현실에는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변강쇠 같은 남자가 등장해서 해도 해도 지치지 않을 뿐이다. 게다가 그들의 물건은 남자들의 기를 죽이기 딱 좋을 만큼 거대하기까지 하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저 여자들이 좋아서 신음을 내는 게 아니라 아파서 신음을 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안 그래도 사이즈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남자들이 많은데 포르노에 등장하는 남자들이 상상 이상의 사이즈를 가졌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물론 포르노에 등장하는 남성에 자기 자신을 투영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또 경험하기에 '섹스 못 하는 남자'는 이러하다. 우선 자기 혼자 잔뜩 흥분을 한다. 상대방은 자기가 흥분을 하면 당연히 따라 흥분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무척 흥분한 상대방을 보면 이쪽도 어느 정도는 흥분이 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조금 익숙한 사이일 때 혹은 사랑하는 사람일 때의 얘기이다. 그렇지 않다면 상대방만 일방적으로 흥분하는걸 봤을 때 여자들은 좀 뚱한 기분이 든다. 또한 그들의 삽입 기준은 오로지 '젖었다'라는 것이다. 어째서 남자들은 여자의 성기가 조금만 촉촉해져 있어도 섹스를 할 만반의 준비가 되었음은 물론이고 감정적으로도 섹스하기에 매우 적합할 만큼 최고조로 흥분된 상태라고 생각하는 걸까? 성기가 젖는다는 것은 아주 흥분했을 때도 그럴 수 있지만 정말 아무 생각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인 애무로 인해 젖을 때도 있다. 그렇다면 삽입 자체는 가능하겠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다급한 남자들은 젖기만 젖으면 바로 들이밀려고 한다. 빼는 시늉이라도 하면 젖었는데 왜 이래라며. 마치 왜 재수 없게 이제 와서 내숭이냐는 듯이 책망한다. 섹스를 못하는 남자는 어디 가서 참 본 것도 들은 것도 많다. 그래서 그들은 다양한 체위와 언어와 애무를 구사한다. 그런데 뭐랄까 그 사이사이의 간극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아니다. 꼭 체육 교과서에 나오는 운동의 한 장면을 설명한 그림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여자 홍콩가게 하는 방법을 나름대로 열심히 실천한다. 하지만 섹스는 어느 한쪽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쪽은 그 서비스를 받으며 좋아라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비슷한 정도의 목소리를 내야 하모니를 이루는 합창처럼 둘은 서로의 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입을 막은 채 넌 그냥 내 기술이나 즐기도록 해'는 섹스가 아니다. 그러나 못하는 남자들은 자기가 대단히 섹스를 잘 한다는 생각 내지는 착각 속에 빠져서 상대방 여자의 몸이 내는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오직 자기 목소리를 내기에만 급급하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묻는다 "어때? 나 잘하지?" 정말 저렇게 묻는 인간들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다. 아주 많다고. 어쩌다 이들과의 섹스 도중 흥이 깨어져서 혹은 더 이상 하는 건 무의미하다 싶어서 그만하자고 했을 때 이들의 반응 또한 끝내준다. 너만 재미 보면 다냐는 식으로 나오는 게 십중팔구다. "나도 전혀 재미 안 봤거든?"이라고 쏘아붙이고 싶지만 차라리 입 다물고 다음에는 연락 와도 받지 말아야지 하며 속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남자는 그걸 모르고 질기게 들러붙는다. 한번 삽입을 했으면 어떻게든 사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보다. 사실 사정을 해야 섹스를 한 것 같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게 어떤 상황에서건 어떤 여건에서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는 듯이 구는 건 정말이지 짜증스럽다. 그건 사정이라는 표현도 써 주고 싶지 않다. 오로지 '싸는 거' 그게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포르노에서 혹은 친구들이 말하는 방법들은 만인에게 다 통하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걸 모른다. 따라서 반드시 좋아야 하는데 안 좋아하는 너는 이상한 여자, 심지어는 불감증이 아니냐고 까지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방법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100%는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쪽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나열해대는 섹스의 기술은 아무 소용이 없다. 설사 그걸로 다른 여자를 여럿 홍콩 보냈더라도 말이다. (근데 어쩌면 그녀들도 안 되어서 내지는 귀찮아서 홍콩 간 척을 한건 아닌지 면밀히 살펴보길 바란다. 우린 모두 맥 라이언과 같은 성별을 가지고 있고 그녀 못지않은 연기력을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섹스를 못하는 남자는 섹스를 하는 도중보다 어쩌면 섹스가 끝나고 난 다음 더 확연하게 표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어디선가 자신의 체액이 뭍은 여자의 성기를 티슈로 닦아주는 것이 매우 신사답다는 교육을 받고 왔는지 티슈를 뽑아 들고는 나의 다리를 척 벌리려고 한다. 섹스 때야 눈으로 보기도 하고 심지어 만지고 키스를 하기까지 했지만 막상 섹스가 끝나고 나면 여자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벗은 몸을 본능적으로 가리려 한다. 섹스를 한번 하고 나면 자신의 성기를 덜렁거리며 누드로 온방을 돌아다니는 남자들과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남자들은 이미 '볼 장 다 본 사이인데 뭘' 이라는 듯 조금의 부끄러움도 허용하지 않는다. 만약 상대와 그렇게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면(즉 자주 섹스를 해서 친하지 않다면) 티슈로 닦아주는 것도 사실은 실례다. 그냥 티슈를 건네는 정도가 제일 좋다. 물론 분위기 봐서 여자가 괜찮아 할 것 같으면 닦아줘도 무방하지만 말이다.) 섹스 끝나고 나서 니가 먼저 씻을래 내가 먼저 씻을까? 혹은 말없이 곧장 욕실로 후다닥 뛰어가는 남자들은 이제 그렇게 많지 않다. (온갖 매체에서 섹스 후 가장 재수 없는 형태로 많이들 꼬집었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다정하게 안아주거나 섹스와는 무관한 가벼운 대화를 시도하는 남자들도 별로 없다. 나와 내 주변의 여자들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남자는 섹스 후에 안아주면서 (혹은 팔베개를 해 주면서) 섹스가 아닌 다른 얘기를 조근조근 하는 남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자들은 일단 담배에 불을 붙이고 나서 얘기를 한다. 그것도 좀 전에 한 섹스에 대해서. 섹스 할 때 대화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섹스가 끝난 후에도 섹스에 대해 계속 얘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더구나 방금 끝낸 섹스를 무슨 품평회 하듯 하는 대화는 더더욱 거절하고 싶다. 잘 하는 남자는 위에서 나열한 이런 것들만 피해가도 충분히 될 수 있다. 정말 기술이 좋다 던가 여러 가지 체위를 알고 있다던가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얼마나 내 몸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분위기가 어떤 분위기인지 잘 읽으려고 하냐는 것이다. 거기에 따라 우리 여자들은 섹스를 잘 하는 남자 그리고 못하는 남자로 나눈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사이즈 혹은 펌프질을 하는 시간의 길이에 따라 나누는 게 아니다. 경험이 거의 전무해서 어벙벙한 남자들을 여자들이 싫어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가 '모든 여자들은 나를 만나면 새로 태어나지'하는 스타일보다는 낫다. 글쓴이ㅣ남로당 칼럼니스트 블루버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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