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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숭 떠는 여자가 그렇게 좋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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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토커>
 
이슬만 먹고 살 것 처럼 우아하게 생긴 내 친구 K는 알고보면 보신탕 국물에 소주 잔 기울이길 좋아하는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남자들은 그녀와 데이트 할 때면 꼭 모던한 분위기의 바에서 양주를 시키거나, 값비싼 퓨전 레스토랑을 찾는다.
 
끽 해야 버섯 매운탕이고, 한강에서 캔맥주로 데이트하다 결혼한 나로서는 그녀가 부럽기 짝이 없어, “어쨌거나, 이쁘고 볼 일이야”하고 신세한탄을 했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여성의 자기 브랜드화' 어쩌구 하면서 까불어대던 그 년... 요즘은 어찌된 일인지 시큰둥하다. 그 때 그 남자랑 잘 안 되냐며 마음에도 없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니, 사는 게 너무 답답하다며 폭폭 한숨을 내쉰다. 자기를 공주처럼 떠 받들어주는건 좋은데, 진짜 자기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가 바라는 모습대로 행동하는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는 것이다. 데이트 할 때는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술을 먹어도 취하지 못하고, 담배도 몰래 숨어서 피워야 하고, 이쁜 속옷을 챙겨입지 못한 날엔 모텔 앞에서 마음에도 없는 내숭을 떨어야 하고...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공주 대접 받을려면 그 정도 희생은 각오해야지!”라고 면박을 주면서도, 항상 긴장하고 살아야 하는 그녀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함께 밥도 제대로 못 먹는 판에, 섹스할 땐 오죽 답답할까. 요조숙녀 행세하느라 신음 소리나 맘껏 낼 수 있을까? 여성상위로만 오선생을 만날 수 있다던 그녀가 요즘 오르가즘이나 제대로 느끼고 사는 걸까?
 
섹스보다 사랑이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녀는, 자기를 공주처럼 떠 받들어주는 젠틀맨과 연애를 시작한 이후로 “섹스 파트너를 따로 만들어볼까?”란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이렇듯 자기가 만들어 놓은 자기 이미지에 갖혀 우울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낮에는 마리아로, 밤에는 마돈나로 살아가는 멋진 여자들도 많지만 그것도 스스로 자신감이 있고 상대방이 편할 때 얘기다.
 
어떤 남자들은 여자 친구의 내숭을 대강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그 다소곳함을 즐기느라 그냥 모르는 척 해버리기도 한다. 여자는 자고로 적당히 내숭도 떨 줄 알아야 한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한번 내숭을 떨기 시작한 그녀들은 식탁에서도 잠자리에서도 내숭으로 일관해야 하고, 시키지도 않은 고생을 하다가 결국 억압된 욕구를 엉뚱한데서 터뜨리게 된다.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실망이라느니, 나를 그동안 속여왔냐느니 하며 분통을 터뜨려봤자, 여자는 진정한 내 모습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겠다며 홀연히 떠나버리고 만다.
 
그럼 어떻게 해야 억압된 욕구를 딴 데 가서 풀기 전에 내가 해소해 줄 수 있냐고 누군가가 물었다. 직접 대 놓고 “내숭 그만 떨어도 돼”라고 말하면 그녀는 쪽팔려서라도 “나는 원래부터 공주라고” 하며, 끝까지 우기게 된다. 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여성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을 해 주는 것이, 남성들이 갖춰야 할 최고의 테크닉이다.
 
남자는 여자가 로맨틱한 분위기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한다. 청바지 입은 날은 정장을 차려 입은 날에 비해 행동도 마인드도 좀 더 자유로와 지듯이 섹스 패턴도 분위기에 따라 무척 달라질 수 있다. 그럼 여자들은 어디서 해야 가장 마돈나스러워지나요?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경험에 의하면 사실 장소는 그닥 중요한 게 아니다. 여자들이 편안한 호텔에서 섹스하는 걸 좋아하는 것은 꼴림의 흐름이 끊일 확률이 적기 때문이지, 단지 로맨틱한 분위기를 좋아해서는 아니다. 오히려 공중 화장실이나 아파트 옥상 같은 예외적인 공간에서의 섹스를 선호하는 여성도 많다. 일탈의 욕구가 충족되면서 좀 더 와일드해 지는 자신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 단 번거롭고 불편한 장소상 한계 때문에 흥분의 맥이 끊길 수 있는데 그런 단점을 보완하는데 음악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조명은 따지면서, 음악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음악만큼 사람의 행동 패턴을 변화시키는 요소도 드물다. 평소 그녀가 좀 멋대가리 없이 무뚝뚝한 스타일이라면, 베리 매닐로우의 'praradise cafe'를, 내숭이 좀 심한 소극적인 스타일이라면 프라디지(Prodigy)의 'Smack my bitch up'을 좀 크다싶을 정도로 틀어놓으시라. 재즈는 여자를 끈적끈적하게 만들고, 테크노는 두 사람 모두를 과감하게 만들어 쉽게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들 수 있다. 카섹스를 할 때는 세련되면서도 흐느적거리는 기분을 만들어주는 곡, 예를 들면, 마빈 게이의 'sexual healing' 같은 곡을 추천한다. 장소가 불편할수록 음악은 더욱 중요하다.
 
그녀의 꺼져가는 불씨를 꺼내 활활 타오르게 해주는 당신. 그런 당신 앞에서라면 그녀는 마음 편히 관능을 뽐낼 수 있게 되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는 당신에게 늪처럼 빠져들게 될 것이다.
팍시러브
대한여성오르가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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