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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직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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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차 노출> 1 만난 지 얼마 안 된 연인들의 섹스. 물론 섹스 그 자체도 달콤하지만, 섹스를 끝내고 난 이후의 풍경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서로 껴안고 있는 것도 모자라서 깍짓손을 끼고, 조금이라도 서로의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키기 위한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는 따뜻한 체온과 매끄러운 상대의 피부를 느낀다. 섹스와 상관없는. 이를테면 좋았어? 응. 이 아닌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건 어린 시절에 관한 추억일 수도 있고 자신의 못다 이룬 꿈 이야기일 수도 있다. 섹스의 흥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애써 평온한 척한다. 상대방에 대해 내 남자 혹은 내 여자라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서로 섹스만 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처음의 섹스는 이럴 것이다. 섹스 후에 무슨 이물질이라도 뭍은 것처럼 재빨리 욕실로 향하고 난 다음 옷을 입고 ‘먼저 나간다’ 하고 나가는 것은, 제아무리 섹스파트너라 하더라도 꽤 시간이 흐른 후에 일어나는 일이다. 흔히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는 이런 남자이다. 남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섹스를 잘하지 못하는 (여자들을 만족하게 해주지 못하거나 섹스에 서툰) 남자가 아니라 섹스 후에 등 돌리고 코 골며 자는 남자이다. 그런 남자는 설사 오르가즘을 한 세 번쯤 선사한 것도 모자라서 마지막에는 멀티 오르가즘까지 느끼게 해 주었다고 해도 사양하고 싶다. 마치 자신의 의무 및 볼일은 다 봤다는 듯 등을 돌리고, 1분도 안 되어서 들리는 코 고는 소리를 듣고 있자면 여자들은 마치 자신이 창녀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서로 좋아서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섹스 이후 풍경에 따라 자신이 성녀가 되기도 하고 창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만나자마자 혹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등 돌리고 코 고는 과감한 행동을 하는 남자들은 별로 없다. 그들도 여러 매체를 통해 그게 얼마나 여자들로부터 외면받기 딱 알맞은 남자인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섹스 이후 잠들기까지의 시간이 줄어드는 것.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하는 행동들이 점점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사람이 한결같을 수 없는 것처럼. 섹스나 혹은 섹스 이후의 풍경도 한결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여자들은 꿈꾼다. 섹스 이후. 처음처럼 팔 베개를 해 주고 다정하게 이마에 키스도 해 주고 크게 재미는 없다 하더라도 나를 위해 무언가 얘기를 해 주길 말이다. 그게 설사 어제 보고 이미 웃을 만큼 다 웃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라 하더라도 우린 기꺼이 웃어줄 준비가 되어있다. 팔 베개가 얼마나 팔이 저린지 그리고 섹스 후에 여자보다는 훨씬 더 열량 소모가 심했던 남자들이 얼마나 피곤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우리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데도 해 주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닐까?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을 해 주는 건 사랑도 배려도 아무것도 아니다. 2 언젠가 남자가 나와 헤어지자면서 그런 말을 했다. 요즘 네가 자면서 자꾸 나를 밀쳐낸다고. 내가 네 몸에 조금이라도 닿기만 하면 넌 잠결에도 무척 짜증을 내면서 나를 피한다고.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자면서 나도 모르게 한 일이라 자세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즈음. 나는 분명 그에게 싫증을 느끼고 있었고 헤어지고 싶단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별달리 헤어질 이유도 구실도 없어서 어떻게 해결을 할 것인지 고민만 하고 있었었다. 그런데 그가 먼저 느끼고 나에게 말 한 것이었다. 깨어 있을 때의 나는 그래도 여태 사귄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차원에서 전과 다름없이 행동했지만 잠이 들었을 때, 즉 무의식에 더 큰 지배를 당하고 있을 때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잠결에 하는 행동에는 가식이 없다고. 그래서 자긴 깨어 있을 때의 내 행동보다는 잠결에 한 내 행동이 더 정직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이다. 그 남자에게 그런 말을 들은 이후. 나는 자는 남자들의 행동을 자주 관찰한다. 섹스까지는 나와 너무나 다정하고 세상에 둘도 없는 행복한 여자를 만들어 주었지만 자고 있을 때의 그들은 나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내가 품에 파고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나를 안아주는지. 혹은 잠결에 각자 등을 돌리고 있다가도 잠시 몸을 뒤척이며 깨는 그 순간. 다시 등을 돌려서 뒤에서 나를 안아주는지. 내가 손을 가져다 대면 따뜻하게 잡아 주는지. 이 모든 게 자고 있을 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은 가능한 일들이다. 이런 일들에 더 집착하는 인간일수록 실제로 일어나는 섹스보다 오히려 섹스 그 이후의 일들에 대해 민감해지는 법이다. 3 섹스는 좀 못해도 상관없다. 매번 오르가즘을 느낄 필요도 없다. 물론 섹스를 잘하고 할 때마다 오르가즘을 느낀다면 상당히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보다는 섹스 이후의 따스함을 그리고 자고 있을 때의 무의식 속에서도 나를 밀어내지 않고 나를 향해있는 마음을 더 원한다. 남자들에게 있어 섹스는 기술과 쾌락이 더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자들에게 있어서의 섹스는 의미가 좀 다르다. 가끔 섹스하다가 울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너무 황홀한 오르가즘이 찾아와서가 아니라 그와 내가 지금 이 순간 완전하게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것은 꼭 육체적 완전 합일만은 아니다. 그 순간. 역시 정신도 함께 닿아있는 것이다. 그녀를 사랑한다면 색다른 체위와 시도도 좋지만, 섹스 이후에 대해 조금 더 신경을 써 주길 바란다. 끝나자마자 욕실로 달려가서 정액이 꽉 찬 콘돔을 버리고 그녀의 타액이 묻은 몸을 씻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조금 전까지 함께 완전하게 하나가 되었던 그녀가 지금 혼자 있다는 것을 생각해주길 바란다. 설사 그렇게 재빨리 씻고 왔다고 하더라도 바로 잠들지는 말길. 할 말이 없으면 그녀의 얘기라도 들어주길. 그리고 팔베개를 해 주거나 안 되면 손이라도 잡아주길. 이게 그녀가 바라는 섹스 이후의 풍경이다. 글쓴이ㅣ남로당 칼럼니스트 블루버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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