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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이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 원래 뜻으로 따지자면 칼로 물을 베는 것만큼이나 소용없는 짓이라는 의미겠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르게 쓰인다. 남자들은 싸움을 하고 난 다음 화해의 제스쳐로 섹스를 이용한다. 물론 그들도 한참 신나게 싸우고 난 다음 정말로 섹스가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자들은 그렇게 한 번 힘껏 안아주고 나면 여자의 마음이 어느 정도는 풀릴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여자들은 남자들의 그런 마음을 알기에 어느 정도는 풀린 척을 한다. 하지만 싸움의 이유가 너무 뜸한 섹스가 아니라면 섹스로 인해 싸움의 마무리가 근사해지기는 힘들다.
 
나는 싸우고 난 이후 섹스를 두 번 정도 경험했던 것 같다. 어쩌면 더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두 번의 싸움은 너무나 격렬했기 때문에 확실하게 기억이 난다. 두 번 다 그냥 말로만 싸우는 정도가 아닌 물건을 집어 던지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서 서로 뱉을 수 있는 최악의 말들을 했다. 그런 싸움 끝에 그들은 (각기 다른 사람이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울어서 퉁퉁 부은 내 얼굴을 바라보며 섹스를 시도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나는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미친 듯이 싸우고 난 다음 섹스를 하고 싶어 하다니 그는 과연 제정신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두 번째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그건 나름대로 그들이 시도하는 화해의 의미였다.
 
어젯밤, 나는 남자 친구와 꽤 심각하게 다퉜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처럼 뭘 집어 던지거나 큰 소리가 오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감정적으로는 심각했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약해진 건지 나는 싸우는 내내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싸움은 더는 진행되지 않았고 나는 울고 그는 달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내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고 생각을 했는지 그는 내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그냥 이대로 있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런 식으로 싸움의 마무리를 짓기는 싫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 걸까? 결국, 나는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그의 화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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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이유는 다양하다. 그렇지만 대부분 여자는 아주 사소하고 감정적인 것으로 마음이 상하곤 한다. 우리 역시 그게 얼마나 사소하고 감정적인지를 알기 때문에 어쩌면 불만이 있을 때 바로 말하지 못하고 쌓아두기 때문에 일이 더 커지는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예전처럼 전화를 자주 하지 않는다거나 혹은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거나. 사실 그런 일들은 분명 서운하거나 속상하긴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가 쉽지 않다. 만약 그런 문제로 싸움이 시작되었다면 그들이 취하는 화해의 제스쳐로 섹스는 최악의 수단이다.
 
감정적인 문제를 한 번의 물리적인 섹스로 덮는 게 가능하다면 애초부터 싸우지 않고 바로 섹스를 하기 위해 그의 벨트를 풀었을 것이다. 섹스가 너무나 뜸한, 그러니까 결혼 10년 차쯤 되는 부부라면 싸우고 난 다음 섹스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그 이전에는 싸움의 끝을 섹스로 마무리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차라리 그 시간에 조금 감정을 누그러뜨린 다음 대화를 시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가만히 보면 남자들은 말을 너무 하지 않는다. 특히나 싸울 때 보면 그들은 내 말을 들어주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아니라 어서 끝나고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는 식의 침묵을 지킨다. 남자들은 말한다. 말로는 여자를 못 당한다고 그래서 가만히 있는 거라고. 미안하지만 말고 먹고사는 직업 대부분은 우리 여자들이 차지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말로 우리를 못 당한다던 그들이 가지고 있다. 그들은 못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입으로 하는 대화는 접어두고 몸으로 하는 대화만 나누고 싶은 것이다. (물론 기분이 좋을 때는 입으로 하는 대화도 환영하겠지만)
 
남녀 사이에 있어 섹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 크다. 속궁합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섹스 스타일이 잘 맞지 않거나 어느 한쪽의 불만이 큰 경우 관계를 지속하기는 상당히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 섹스가 언제 어느 때나 문제의 해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싸우고 난 이후 섹스를 시도하는 남자들 역시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게 아니라 싸움의 마무리를 좋게 짓고자 하는 것이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의도처럼 섹스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글쓴이ㅣ남로당 칼럼니스트 블루버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