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Friends]
여기 뉴질랜드의 집들은 방이 모두 다닥다닥 붙어있다. 가뜩이나 나무 보드로 지은 집인데다가 구조마저 그렇다 보니 방음이 거의 안 된다. 처음 살던 우리 집은 현관 들어가면 거실 나오고 거실 한쪽의 조그만 문을 열면 화장실과 욕실과 방 세 개가 1미터 짜리 작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오밀조밀 모여있었다.
이민 초기에 대가족이 함께 살던 시절, 방에서 수근 거리는 소리가 다 들리고, 조그마한 신음소리도 귀 기울이고 있으면 다 들린다. 침대가 낡아 삐걱거린다면 피스톤 운동의 페이스나 시간도 옆 방에서 다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도대체 집을 왜 이 따위로 지어 놓은 건지.....
비행기에서 때마침 옆자리에 앉은 건축업 하는 덴마크 출신 뉴질랜드 아줌마와 집 구조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왜 집을 그렇게 짓는지 모르겠다. 프라이버시 보장이 전혀 안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방이 모여 있어야 집안 구조가 제대로 만들어진다. 공간 구성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용적인 구조라고 생각한다.
한국 아파트들은 방 세계가 다 떨어져있어도 구석구석 공간들이 다 실용적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옆 방 소음이 다 들린다는 거다. 그녀는 눈을 치켜 뜨며 소음이 문제가 된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고 했다. 그럼 섹스 할 때 신음소리는 어떻게 내냐? 옆 방에 다 들리는데..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어떻게 안 해 볼 수 있냐? 할 때 마다 신경 쓰이고 불편하지는 않은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내 글쎄 그럴 수도 있겠다.고 대답했다.
옆방에서 애들이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신경 쓰이지 않는가? 부모가 서로 사랑을 나누는데...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인지?..... 그건 그렇지만..... 부모님이 들으면 어떻게 하나? 부모님과 사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건 그렇구나.
그러그러한 대화를 계기로 그녀와 친구가 되었고, 서로 연락처를 교환해 가끔 이 메일을 주고 받고 있다. 우리가 맺은 결론은 어쨌거나 섹스 문화가 건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다.
이민자들이 늘어나서 그런지 요즘은 이곳의 주택 건축 구조도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시내 아파트들 중에서는 거실을 두고 방들이 분산되어있는 '친섹스환경 구조의 집들도 하나 둘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보통의 뉴질랜드 가옥에 살고 있다. 서울의 좁은 집에서 벗어나면 좀 더 큰 소리를 내면서 와일드하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거 여기까지 와서도, 베게로 입막음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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