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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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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페니드레드풀 시즌2]
 
그 남자 이야기
 
그가 요즘 잘 서지 않는 이유는 그녀가 걱정하듯 파트너의 늘어난 뱃살 때문만은 아니었다. 굳이 그렇다고 한다면 그건 손에 잡히는 지방층의 두께 때문이라기 보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진 그녀의 태도 탓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어느 날부터 그녀와 섹스 할 때면 꼭 불을 꺼야 했고, TV를 보다가 허리에 손을 감으면 움찔하며 그의 손을 확 밀쳐내기까지 했다. 대체 뱃살이 얼마나 불어났다는 건지 그는 사실 알 수가 없었다.

항상 그를 먼저 유혹하곤 했던 그녀가 이젠 하자고 졸라도 영 시큰둥하다. 늘 피곤하다며 등을 돌리고 눕는 가 하면, 두툼한 트레이닝 복을 칭칭 동여 입고 침대에 들어오는 일이 많아졌다. 방금 샤워를 마친 젖은 머리를 털어내며 타월을 두르고 살랑살랑 걸어 다니던 그녀는 어디로 간 걸까?

섹스 할 때 다른 여자를 상상한다는 건 분명 그녀에게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발기를 유지할 수가 없게 됐다. 길거리에서, TV 속에서, 퇴근 길 한 잔 하던 BAR에서 마주친 그녀들을 떠올리며 그는 무사히(?) 섹스를 마친다. 상상 속의 그녀들은 과감하고 적극적이다. 그리고 낯설다. 예전의 그녀가 그랬듯이….


그 여자 이야기

그녀가 요즘 잘 젖지 않는 이유는 그가 생각하듯 파트너의 발기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그가 더 이상 자신에게 흥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녀를 우울하게 했다.

어느 날 밤, 그는 발기하지 않았다. 예전에 비해 섹스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은근히 신경 쓰이던 차에 일어난 일이라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봐.’ 라며 그는 돌아누웠고 곧 이어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날도 그 다음날도 그는 그녀가 잠들기 전까지 침대에 눕지 않았다.

문제가 뭘까 고민하던 그녀가 결정적인 실망감을 안게 된 건 소파에 앉아 함께 미녀들의 수다를 시청하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뉴스와 스포츠 프로그램 이외엔 TV를 잘 보지 않는 그가 유독 미녀들의 수다를 즐겨보는 것이 달갑지 않았는데… 그날 따라 출연자 중 한 명의 치마 길이가 유난히 짧은 것이 영 눈에 거슬렸다. 여자가 봐도 섹시하게 쭉 뻗은 다리와 잘록한 허리…, 당장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리고 싶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그는 반짝 반짝 눈을 빛내며 열심히 화면을 응시했고, 그녀가 아무리 유혹해도 서지 않던 그의 가랑이 사이에 이미 텐트가 쳐 있는 게 아닌가. 그는 옆에 있는 그녀를 더듬으며, 동시에 TV화면을 힐끗 거렸다.

죽을 것처럼 자존심이 상한 그녀는 그날 이후로 섹스에 몰입할 수 없었다. 아무 예고도 없이 그가 뱃살을 잡아 당기거나 갑자기 불을 환하게 켜려고 들 때면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만 느껴져 더 이상 함께 샤워를 하거나 옷을 벗고 집안을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그가 발기하지 않는 이유가 ‘차츰 망가져가는 내 몸매 탓’이라는 사실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았던가.

그는 더 이상 그녀를 바라보며 섹스 하지 않는다. 아마도, 풍만한 가슴에 탄탄하게 올라 붙은 엉덩이를 가진 팔등신 미녀를 상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녀는 요즘 다이어트 중이다. 하지만 멋진 몸매를 갖게 되면 그가 다시 자신에게 흥분하게 될 지.... 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팍시러브
대한여성오르가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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