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떡!담] 김의 이야기 - 나의 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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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떡담]은 남로당에서 인기리에 연재되다가 현재 잠시 휴식기를 갖고 있는 [청춘정담]의 유사품, 젊은 친구들 표현을 빌리면 짝퉁 버전 되시겠습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청춘정담]에 대한 팬픽 혹은 패러디로 해석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까놓고 이야기하면 청춘정담의 인기에 편승하여 어떻게 한몫 잡아보려는 얄팍한 계산 하에 쓰인 글 되시겠습니다. [청춘정담]의 빠른 귀환을 빌며 이 글이 나간 이후로도 계속 감감 무소식일 경우 '자리 꿰차고 들어가기 신공'을 발휘하여 유사한 글을 하나 더 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그런 참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청춘정담]을 쓰고 계신 strada님께서 대오각성하실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짝퉁 버전이 그러하듯 [청춘떡담] 역시 [청춘정담] 보다는 재미가 없는 편입니다만 제목은 그래도 좀 웃겨주니까 독자 여러분께서 읽으시다가 혹 별반 재미가 없다고 하여도 통 크게 하하하 한번 웃고 넘어가는 호연지기를 발휘하시길 바랍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1
요즘 대학생들도 엠티 가서 이 게임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대학교를 다닐 때 엠티를 가면 꼭 진실 게임이란 것을 했다. 사람들이 모두 둥그렇게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면서 평소에 그 사람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면 무조건 진실만을 고백해야 했던 순진남 순진녀들을 위한 게임. 그리고 정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벌칙으로 대접 가득 소주를 붓고 벌컥벌컥 들이켜야 했던 공포의 게임. 게임 초반에야 서로 체면을 차린다고 고등학교 때 제일 등수가 안 나왔던 게 몇 등이었냐, 담배는 몇 살 때부터 피웠느냐 등등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또 안다고 해도 상대방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별반 도움이 안 되는 쓰잘떼기 없는 질문들을 던지지만 어느 정도 술이 돌고 또 밤이 무르익게 되면 어느 진실 게임에서도 꼭 나오게 되는 공통의 질문이 있었다. '첫 경험은 몇 살 때 누구와 했느냐?' 아저씨가 다된 예비역 선배들은 유난히 니글거리는 눈빛으로 이등병 때 사창가에서 겪은 일을 지나칠 정도로 세세하고 적나라하게 썰을 풀곤 했고 순진녀 여학우들은 '어머~ 어머~ 몰라 몰라~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에 불이 붙을 거 같아' 어쩌고 양손으로 뺨을 가린 채 안 듣는 척 하면서도 열심히 선배의 경험담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그렇게 순번이 돌아 내 차례가 오면 나는 주저주저 하다가 대접 가득 담겨 있는 소주를 원샷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대접의 소주를 원샷할 때마다 사람들은 일제히 야유를 퍼붓곤 했다. '에~~~~ 경험도 없는 게 뭔가 있는 척 하기는!!' 억울했다. 나이가 스무 살이 넘도록 동정인 것이 부끄러워 괜스레 폼을 잡느라고 대접 가득 담겨 있는 소주를 원샷한 것이 아니었다. 그 즈음에 나는 이미 동정이 아니었으며 한 여자와 꽤 많은 섹스를 공유한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차마 그 이야기를 진실 게임을 빙자하여 대중에게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그저 취기가 오르면 억울한 마음을 가득 담아서 사람들에게 하소연 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데 호부호형을 허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그깟 첫 경험이 무슨 대수란 말입니까!!' 그랬다. 나에게 첫 경험은 저 옛날 홍길동이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그 아픔과 비견될 정도의 슬픈 추억이었다. 사람들은 '저 새끼 취했다. 어서 재워라' 어쩌고 나를 동정에다가 술까지 약한 녀석으로 모함했지만 나에겐 첫 경험을 첫 경험이라 부르지 못하는 아픔이 존재했던 것이다. 2 그것은 대학교 1학년 때 일이었다. 당시 호프집에서 나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둘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원래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안면을 트게 된 사이였다. 한 명은 나보다 세 살인가 위였고 다른 한 명은 나와 동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시껍절한 이야기로 맥주잔을 비우던 우리는 어느 사이인가 키스에 관해서 꽤 찐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당시 키스 경험이 있긴 했지만 순진무구 그 자체였던 나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고 여자 둘이서 키스의 기술에 관해서 꽤 테크니컬한 의견 교환을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기는 혀로 상대방의 잇몸을 핥아서 흥분시킨다느니, 진짜 선수들은 입술을 적당히 자극하여 상대방을 뿅가게 만드는 법이라느니, 키스는 서로의 입술이 부르틀 때까지 비비적거리는 게 다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두 사람의 대화는 컬쳐 쇼크 그 자체였다. 가능하다면 노트에다가 받아 적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당시의 나는 학생인 주제에 가방에 노트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3 그렇게 키스의 응용과 실제에 관해서 꽤 심대한 토론을 나누던 두 여자는 실제로 한번 서로의 기술을 겨루어보자는 데까지 이야기를 진척시켰다. 흡사 무협지에서 두 고수가 서로 일합을 겨룸으로서 누구의 무공이 더 고강한가를 알아보는 것과 같이 이 두 여인은 서로가 서로에게 키스의 여러 가지 기술을 시전함으로써 누가 더 키스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지를 따져보기로 의기투합한 것이었다. 그리고 얌전히 술만 마시던 나는 이 레즈비언 포르노 같은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그저 난감해 하기만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냥 둘이 비긴 걸로 하고 술이나 마시지?' 라고 쌍방 간의 화해를 도모해 봤지만 이미 서로를 보며 입맛을 다시던 두 여인은 쓸데없는 소리 말고 너는 따라와서 심판이나 보라며 나를 끌고 인근의 노래방으로 향하였다. 노래방 안에 들어간 두 여인은 노래방 기계로 끈끈한 배경음악을 깔아놓고는 바로 서로에게 키스를 시전하기 시작하였다. 맞닿은 입술 사이로 쉴 새 없이 낼름거리는 두 개의 혀. 이영표가 혀로 드리블을 했으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두 여자의 혀는 현란하게 서로의 입안에서 서로를 희롱하고 있었다. 여자 둘이 키스하는 장면을 코앞에서 볼 수 있다니 분명 횡재에 가까운 경험이기는 했지만 두 사람의 현란한 기교에 압도당한 나는 뭐랄까 성적으로 흥분하기 보다는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를 관람하는 것과 비슷한 기분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한참동안 일합을 겨룬 두 사람이었지만 승패는 쉽게 결정되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의 기술에 흥분이 되어버려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던 탓이다. 결국 구석에서 멀뚱히 구경만 하고 있던 나에게 그녀들이 다가왔다. 우리 둘이 차례로 너한테 키스를 할 테니까 누가 더 잘하는지 감상을 이야기 해 보라고. 정말 깜짝 놀랐다. 당시에는 쓰리섬이라는 섹스의 형태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을 시절이었기에 세 사람이 번갈아서 키스를 한다는 상황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이대로 변태가 되는 것일까? 결국 두 고수의 위압감에 굴복하여 순순히 입을 벌려 두 개의 펄떡이는 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나는, 두 여자가 내 입 속에 혀를 집어넣고 끊임없이 각종 기교를 뽐내는 동안 심판관으로서 냉정하게 두 사람의 키스 기술을 채점하기보다 도덕적으로 타락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적잖이 걱정될 뿐이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당시 두 여인에게 키스를 당하는 동안 발기를 한다던가 손이 여자의 몸으로 향하는 등의 성적인 제스처는 일절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야말로 마루타가 되어 멍하니 입을 벌리고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는 두 여자의 혀를 받아들일 뿐이었다. 4 그 날 두 여자 중 누가 진정한 키스의 달인인가는 끝내 가려지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심판의 경험이 일천했던 탓에 누구의 스킬이 더 높은 수준의 것이었는지 판별해 낼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럼 그렇지 니가 우리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니...' 나와 동갑이던 여자 아이는 노래방에서 나오면서 나를 보며 비난하듯 말하였다. 뭔가 되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그 날 키스의 일합을 겨루었던 두 여자 중 나보다 나이가 서너 살 많은 여자와 사귀게 되었다. 둘이 정식으로 사귀게 되기까지는 또 무수한 사연과 눈물이 배어 있으나 시간 관계상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카툰 아티스트 김성모 화백의 불멸의 대사 한마디로 대신하기로 한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5 나와 그녀가 사귀고 나서 한 달 정도 흘렀을까? 신촌 어디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는 드디어 여관이라는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그때까지 나는 동정이었다. 성적인 경험이라곤 간간히 그녀가 베풀어주는 극강 테크닉의 키스가 고작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성적인 욕망에서 자유로워 섹스? 흥! 그저 육체의 배설일 뿐 어쩌고 하며 구도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젊다면 젊은 나이지만 그때는 그야말로 혈기 왕성한 20대 초입이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철근처럼 단단하게 발기되어 있는 성기 때문에 늘 변기 주변에 소변을 흘릴 수밖에 없던 어린 변강쇠에 불과했다. 그런 내가 여자 친구가 생기고 그녀와 육체적인 접촉이 있는데 섹스를 원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다만 그때까지 그녀와 모텔이라던가 비디오방과 같은 섹스하기에 용이한 장소에 가지 못했던 것은 오직 지금까지도 나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이 저주스러운 내성적인 성격 탓이었다. 입안에선 늘 여관가자! 여관가자! 여관가자! 라는 한마디가 메아리처럼 떠돌았지만 새색시처럼 수줍기만 한 나는 모텔을 눈앞에 두고도 집에 가는 버스를 타려면 몇 번을 타야 하나 운운 하는 것이 고작이었던 것이다. 불과 얼마 전에 눈앞에서 다른 여자와 현란한 키스의 기교 대결을 벌인 그녀였지만 의외로 먼저 나서서 나를 육체적으로 유혹하는 일은 없었다. 그것이 사실은 그녀에게 다른 남자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걸 그녀와 헤어지고도 한참 후에 알게 되었으나 그때는 그저 나는 여자친구에게 마저도 성적으로 어필하지 못하는 못난 놈이구나 하고 스스로를 책망할 뿐이었다. 그러던 우리가 불현듯 여관에 들어가게 된 건 남한 사회에 명랑 행각을 벌이는 대부분의 연인이 그러하듯 술을 많이 마신 때문이었다. 서로가 알딸딸한 상태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여관으로 가게 된 것이다. 여관에 들어갈 때까지는 내가 처음으로 섹스를 하게 된다는 자각이 없었으나 막상 문이 닫히고 좁은 방안에 그녀와 둘만 있게 되자 순간적으로 알코올 기운이 몸 밖으로 빠져 나가면서 나는 적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녀 역시 예정에 없던 일이라 무언가 불안한 듯 했다. 우리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안하고 어색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지? 먼저 옷을 벗어야 하나?’ 하지만 그녀가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주섬주섬 옷을 벗는 내 모습을 상상하자 뭔가 좀 추잡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키스라도 해야 하나?' 그러다가 그녀가 거절하면? 그것처럼 뻘쭘한 일도 없을 것 같았다. '헤헤헤 장난이야. 우리 사이좋게 손잡고 텔레비전이나 보자' 라며 분위기를 수습하려 해도 그 뻘쭘한 분위기를 타개할 수는 없을 듯 했다. 마치 자신이 동정이라는 것을 뽐이라도 내듯 그 좁은 방안을 서성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자 그녀는 잠시 후 한숨을 내뱉더니 '나 먼저 씻을게' 한마디를 하고는 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 귀퉁이에 우두커니 앉아 욕탕 안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나는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격려하였다. 별거 아니야 그냥 그녀가 나오면 키스를 좀 하다가 침대에 자연스럽게 누워서... 음.... 누워서 뭐라고 해야 하지? 미안한데 내가 위에 좀 올라가도 괜찮겠니? 이렇게 말해야 하나? 그렇게 혼자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는 사이 욕탕에서 물기에 촉촉이 젖어 있는 그녀가 나왔다. 그리고 내가 뭐라고 말을 건네기도 전에 그녀가 쓰러지듯 내 몸에 몸을 기대왔다. 그리고 나는 첫 섹스를 경험했다. 내가 섹스를 하다니 믿어지지가 않는 일이었다. 여자의 나체를 직접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뭐랄까 굉장히 비일상적인 무엇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무엇인가가 지금 내 앞에서 나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그런 감각이었다. 그리고 과연 섹스를 처음 하는 나는 - 하물며 포르노를 본 적도 별로 없었던 나는- 남성상위 말고는 마땅히 아는 체위가 없음이 당혹스러웠다. 나의 성기가 여자의 질 안에서 피스톤 운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믿어지지가 않는데 순간순간 체위를 바꿔가면서 섹스를 즐기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녀는 확실히 나를 리드하면서 나름대로 섹스를 즐기는 듯 했다. 정상위로 나를 받아들이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몸을 뒤집어 내 위에 올라타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인간의 허리가 이토록 격렬하게 운동할 수 있다니! 그 전까지 그녀의 위에 올라서 딴에는 피스톤 운동이라고 헐떡거린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정말 유효적절하게 허리를 돌리며 성난 엔진처럼 피스톤 운동을 하였다. 약간의 과장이 허락된다면 내 성기가 조금만 더 길었다면 그녀의 입을 뚫고 밖으로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의 격렬한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내 몸 위에서 격하게 몸을 움직이던 그녀는 불현듯 내 성기를 입에 넣고 오럴섹스를 해주었다. 오~~ 이것이 그 말로만 듣던 오럴 섹스란 말인가!! 믿어지지가 않았다. 지금에 와서 이런 말하는 것은 멋쩍은 일이지만 처음으로 오럴 섹스를 받으면서 어른이 된 듯 한 기분이 들었다. 6 그렇게 한참동안 내 몸 위에서 섹스를 즐기던 그녀는 불현듯 침대 위에 엎드려 누웠다. 아마도 후배위를 해달라는 요구였겠지만 당시의 나는 후배위란 체위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그녀의 뒤에 멍하니 서서 대체 얘가 왜 이런 코믹한 자세를 취하는 걸까? 의아해할 뿐이었다. 그렇게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엎드려 누워있던 그녀가 고개를 들려 나를 봐라봤다. '뭐해?' 할 말이 없었다. 그제야 아 쟤가 섹스하다 말고 나를 웃기려고 저 기묘한 자세를 취한 것이 아니라 섹스의 체위로서 자세를 잡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나 때는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하물며 저 엉덩이가 훤히 드러나는 기묘한 자세로 엎드려 있는 그녀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가 삽입해야 하나도 상당히 난해한 문제였다. 그날의 섹스는 그렇게 묘한 자세로 엎드려 있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끝이 났다. 뭔가 이상한 결말이었지만 그나마 그녀가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며 킥킥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감수성이 예민하여 구르는 낙엽을 보면서도 실실 쪼개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첫 경험을 비밀로 숨겨야 했던,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데 호형호제가 무슨 소용이 있냐며 울부짖었던 홍길동의 딜레마에 빠진 것은 정작 섹스가 끝난 후 옷을 다 입은 후였다. 나는 그녀에게 고백할 생각이었다. 사실 오늘이 나의 첫 경험이라고, 태어나서 여자와 섹스를 한 것은 지금이 처음이라고,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할 작정이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댄 순간 그때까지 철부지 동정남인 나를 리드하며 마음껏 성숙한 여인의 섹스를 즐기던 그녀가 갑자기 펑펑 울기 시작한 것이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아니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내가 그렇게 별로였나? 기껏 선심을 써서 여관까지 따라와 줬더니 고작 그것밖에 못했다고 짜증이 난 걸까? 아니면 뭐지? 아까 엎드려 있는 모습 보고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것을 본건가? 혹시 내가 동정남이었다는 것을 알아채버린 것이 아닐까? 그래서 항간에 나도는 속설 - 아다를 먹으면 3년 동안 재수가 없다는- 을 믿고 슬픔에 잠겨버린 걸까? 도통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나로서는 처음 여자와 섹스를 치룬 탓에 이미 충분히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 와중에 갑자기 상대 여자가 몇 대 맞기라도 한 것처럼 서럽게 울어대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때 그녀의 입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나 처음이란 말이야!!' 삽입구를 찾지 못해 쩔쩔대는 나의 성기를 손수 자신의 질 안으로 이끌어주었던 그녀가, 내 몸 위에 올라타 용수철처럼 허리를 튕기던 그녀가, 극강 키스 테크닉을 이용하여 나에게 오럴 섹스를 해주던 그녀가 지금 자신은 처녀였는데 욕망에 굶주린 내가 자신의 처녀성을 짓밟았다고 흐느껴 울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천지구분을 못하는 철딱서니에 방금 동정을 뗀 순진남이었을지언정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웃기네! 니가 처녀면 마돈나는 성녀다!' 라고 면전에서 면박을 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순결을 증명하듯 정말 서럽게 펑펑 울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진짜 동정이었던 것은 난데, 너로 인해 어른이 되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하려는 순간 갑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여자의 순결을 앗아간 파렴치한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남자 성기를 본 것도 오늘이 처음이라고 목 놓아 울고 있는 그녀에게 '진짜 총각은 나란 말이다!' 어쩌고 항변을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저 한참동안 서럽게 울고 있는 그녀를 뒤에서 가만히 안아주는 거 외에 다른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미안해... 처음인지 몰랐어... 많이 아팠지?' 7 그리고 한 달인가 지난 후 그녀는 헤헤헤 웃으면서 사실 그때 자신이 처녀였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고 고백을 했다. 많이 놀랐지? 어쩌고 그녀는 그때 나를 완벽하게 속였다고 생각했는지 꽤나 쑥스러워 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나지 않았지만 배려 차원에서 꽤 놀란 척을 해줬다. 그리고 대체 왜 그런 거짓말을 한 거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경험이 많은 걸 알면 내가 그녀를 헤픈 여자라고 생각할까봐 두려워서 그런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참으로 같잖지도 않았으나 당시엔 꽤 좋아하기도 했고 또 나를 향한 순수한 마음이 느껴지기도 해서 그저 후후후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참! 근데 넌 첫 경험이 언제였어? 그때 하는 거 보니까 그렇게 많이 한 거 같지는 않던데' 그녀는 참으로 무심히, 지나가는 말투로 나의 첫 경험을 물었다. 나는 차마 나의 첫 경험은 너라고, 너의 그 가당치도 않은 사기극 덕분에 소중히 간직해야 할 나의 첫 경험을 마치 홍길동이가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첫 경험을 첫 경험이라 부르지 못하게 되었다고 말하지는 못하였다. '어... 뭐... 재수할 때....' '너 사창가 가서 동정 뗐지? 니가 무슨 재주로 여자를 꼬셔서 여관에 갔겠어!' 그녀는 꽤나 유쾌한 농담을 했다는 듯 깔깔깔 소리 내어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따라 웃고 싶었지만 차마 입 꼬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첫 경험은 소중하다. 그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서 소중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열려있는 다양한 경험을 향한 첫 발자국이기 때문이다. 그 첫 발걸음의 관성으로 우리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나 같이 첫 경험을 말하는데 겸연쩍음이 많은 사람에게도 첫 경험은 늘 마음 한 구석에 간직해야 할 소중한 기억 중에 하나이다. 그렇다고 누가 나에게 첫 경험을 물었을 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쾌활 발랄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하면 그건 좀 다른 문제이긴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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