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라논 피시술 후기
0
|
|||||||||||||||||||
출처 : www.ghfp.com.au 사실 1년도 훨씬 전부터, 아마 생리컵으로 환승하면서부터 임플라논*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이래서 저래서 시간이 안되서 생리시작일보다 훌쩍 지나버려서 병원이 멀어서 귀찮아서 더워서 추워서... 별별 핑계로 이제야 시술했네요.
*임플라논이란(클릭) 생리주기가 규칙적이진 않으나 기록한 걸 보면 통상 플러스마이너스 2 ~ 5일 정도 차이가 납니다. 매번 콘돔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예정 생리일보다 하루 이틀 늦어지면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겠죠. 더구나 금번 생리는 전 생리에 비해 3주나 늦어져서 남자친구와 엄청 걱정했답니다. 저는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기 때문에요. 결국 이는 임플라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답니다. 물론 이중피임이라 할지라도 불안해하는 버릇을 대번에 뿌리 뽑을 수는 없겠지만 껄껄.. 실제 후기를 시작합니다. 드디어 시술 당일, D-day (d-day에서 d가 뭘까 궁금했는데 doom의 d라고 합니당. 노르망디상륙작전에서 최초로 쓰인 단어라고. 이런 잡정보 조아합니다ㅎ) 도착한 병원은 휴일에도 환자가 많았다. 안내데스크의 원무 담당자도 전화응대중이었고, 간호사는 환자 호출에, 업무보조에 꽤 빠른 걸음이었다. 진료 마감 직전에 도착한 내가 참 대견스러웠고 간발의 차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을 보며 안타까웠다. 마치 맛집을 찾아갔는데 재료 소진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내 모습이 투영되어서였을까. 휴일에 귀찮을 법도 한데 동행해준 남자친구는 이마저도 데이트라며 당연한 걸 갖고 너스레 떤다고 귀엽게 타박했다. 30분이 흘렀을까, 너댓 명의 환자가 진료실을 다녀가는 동안 간단한 서류(내원 이유나 알게된 경로 따위를 묻는)를 작성했다. 이후 호출되는 내 이름. 하나도 떨리지 않은 마음으로 진료실에 들어가 ‘임플라논을 시술하러 왔습니다’ 했다. 생리시작일이 어제가 맞는지, 이후 섹스는 없었는지, 평소 먹는 약이나 알레르기가 있는지. 주로 사용하는 손이 어느 쪽인지. 부작용에 대한 간략한 설명. 모든 것이 속전속결이었다. 내 질문은 두 가지였는데, 왼팔에 문신이 있는데 추후 제거 시 절개를 하게 되면 그림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는가, 그리고 운동은 언제부터 가능한가. 문신을 확인하고는 그 부분 피해서 절개하면 걱정 없을 거라고, 왼팔을 쓰는 것은 최소 일주일간은 피하되, 그 이후에도 무리하지 않고 적당히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했다.(적당히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워서 아직도 요리할 때 양 조절, 간 조절 못하는 사람 나야 나) 해당 병원은 국소마취는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주사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것 역시 아프고 이후에도 완전 마비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느낌이 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내 뒤의 대기환자를 조금이라도 빨리 진료하고 후딱 쉬시려ㄱ.. 읍읍... (글로 쓰니 시간이 오래걸렸을거라 생각하는데)정말 5분도 걸리지 않은 인터뷰 후 불 꺼진 내진실로 향했다. 굴욕의자(?) 위에 앉으라길래 거부감이 약간 들어서 ‘혹시 다리 얹어야 하나요?’ 여쭸다. 그럴 필요 없다고 해서 진심으로 안도하고 멀뚱히 앉아 있었더니 간호사가 동분서주하며 내 다리 밑에 원형 스툴을 놓아주고, 등받이를 뒤로 젖혀줬다. 간호사는 내 배 위에 시술도구가 담긴 트레이를 얹어놨는데 뜻 밖의 가구플레이 띠용? 폭신하니 좋지예? 이윽고 의사선생님이 들어왔고 내 왼팔과 옆구리 사이에 앉아 열심히 그리고 노련하게 시술을 시작했다. 바늘을 뚫을 가죽에 소독을 하고, 살균 포장된 임플라논을 꺼내어 왼쪽 팔꿈치 안쪽에 조준하며 꽤 단호한 투로, “아픕니다. 참으셔야 돼요.” 그리고 갑자기 스툴 위에 얹은 내 다리를 꼭 잡는 간호사님의 손길. 어? 아뇨 선생님, 하나도 안 아픈 것처럼 설명하시고, 주사 맞는 정도로 아픈 것처럼 설명하셔놓고.. 아니 아니아니아니 잠시만요 선생님 이거 뭔가 잘못된 거 같아요. 하는 말은 속으로 삼켰다. 어차피 활시위는 당겨졌다. 눈을 질끈 감고 오른주먹을 꽉 쥐었다.(양손 쥐고 싶었으나 왼쪽에 힘 주면 더 아프거나 뭐가 잘못되거나 그럴까봐..) 미간도 겁나게 구겼던 것 같다. 임플라논이 왼쪽 팔꿈치에서 겨드랑이를 향하는 방향으로 삽입되는 느낌이 났다. 물론 아팠다. 근육 안에 고정시키는 거라서 그런 지 마치 날고기를 젓가락으로 뚫는 듯한 느낌이었다. 유경험의 어린 시절이 잠시 스쳤다. 먹을 걸로 장난쳐서 미안해 엄마... 세이프티 피어서로 몸에 구멍을 낸 경험이 있는데,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구멍 뚫고 난 이후에 ‘딱각’ 소리가 나며 보조기구(?)부분이 분해된다. 아주 흡사한 소리가 났는데 보조기구인지 뭔지는 내 눈으로 보지 않아 모르겠다. 상담시간만큼이나 빠르게 시술이 끝났고, 고개를 돌리니 굳이 어디가 구멍인지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피가 맺혀있었다. 물론 흐르진 않았고.. 간호사는 시술부위에 새 거즈를 대고 압박붕대로 감았는데 지혈의 이유인지 조금 세게 감아주었다. 그리고 한나절 붕대 아래부터 손끝까지 붓기 시작했다. 땡땡하게 부은 건 아니고 주먹을 꽉 쥐거나 손을 쫙 펼 때 관절부 피부가 하얘지는 정도. 시술 후 일상생활을 하며 간헐적으로 아팠는데, 어떤 느낌이냐면 지압봉 끝부분 내지는 펜촉 안 꺼낸 볼펜으로 멍든 부분을 누군가 꼭! 누르고 튄 느낌. 종종 엄살부리느라 ‘윾!’ 했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걸로. 집에 와서 붕대를 풀었더니 마치 헌혈하고 났을 때처럼 피멍이 들어있었다. 연관지어 생각해보니 헌혈용 주삿바늘이 들어갔다 나온 것 마냥 꽤 큰 큰 구멍이 생겼다. 마데카솔 솔솔 발라준 후 방수밴드를 붙여뒀다. 운동 안 할 구실이 생겼는데 꼭 못 하는 상황에선 더 하고 싶더라. 그러다가 막상 해도 된다고 허락받으면 또 하기 싫어지는 아이러니. 이물감은 전혀 없고 촉지했을 때 만져지는 게 신기해서 계속 손이 가는데 자꾸 만지면 제대로 고정 안 되니까 만지지 마세요 하던 의사선생님 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시술받은 임플라논의 지속기간은 3년. 금액은 기억이 안 나는데 33만 얼마였다. 병원마다 다르다. 대기시간을 제외하면 시술시간은 5분 정도. 그보다 짧았을지도...(국소마취 안 했음) 부디 부작용 없는 축복받은 몸이어서 중간에 제거하지 않고 유효기간 꽉꽉 채우고 싶다. 여기서 더 증가할 체중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 보는 거야’ 하며 깐죽대던 동생을 패고 싶.. 아니아니, ‘부작용을 운동과 식단으로 극복하자’는 남친님이 있어 든든한 날들. 염장 맞습니다^~^ P.S 부작용을 비롯한 경과는 낙낙히 겪어보고 난 뒤에 풀어내어 보겠읍니당.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머 없으면 다행인가부다 해주셔요. (간단요약 : 임플라논. 참을 만한 고통. 부작용은 아직 모름.) 글쓴이 테디 원문보기(클릭)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