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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선진명랑사회 프랑스 - 프랑스 출산율의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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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 폴리>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던 80년대를 기억하시는가. 어느새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아주 생난리다. 통계청이 지난 8월에 발표한 '2004년 출생 사망 통계'에 따르면 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15-49세)에 낳는 평균 출생아 수는 1.16명이란다. 올 들어 인구 수가 감소한 일본의 1.29명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더구나 출산율 하락 속도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빨라서, 1995년만 해도 1.65명이던 것이 2000년 1.47, 그 다음해는 1.30이더니 현재는 한 명 선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저출산과 그로 인한 인구 고령화 경향이 '선진국형' 인구 모델이라 하여 한 때 우리에겐 일종의 선망의 대상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잘나가는 서유럽 국가들이 죄다 심각한 저출산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이 지금도 여전히 낮은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 서유럽의 대표적인 저출산국으로 여겨졌던 프랑스의 요즘 사정은 어떨까? 짜잔~ 이거 보시라. 이제 더 이상 프랑스는 저출산 국가가 아니다. 최근 프랑스의 출생률은 유럽연합(EU) 평균인 1.5명을 크게 웃도는 1.916명으로 아일랜드 다음으로 출산율이 높아졌다. 유럽 연합 전체 인구 증가분의 4분의 3을 차지할 만큼 빠른 속도로 아이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런 추세로 간다면 2050년에는 7500만명으로 독일을 제치고 유럽연합 가맹국 중 최대 인구수를 기록할 것이라며 프랑스 정부는 흥분하고 있다. 프랑스의 이와 같은 출산율 증가의 비결은 무엇일까? 혹시 그들의 높은 명랑 빈도와도 무슨 상관 관계가 있지 않을까? 물론 인류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발명품인 콤돔 덕분에 오늘날 명랑빈도와 출산율은 직접적으로는 거의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에 영향을 주는 동일한 변수가 있으니, 바로 노동시간이다. 자본의 톱니바퀴와 현대인들 - <모던 타임스>중에서 우선 출산율과 노동시간의 상관관계를 보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30개 회원국 중 가장 긴 2390시간(2003년 기준)이다. 2002년 합계출산율이 1.17명 (2003년, 1.18명)으로 한국처럼 출산율이 급속히 줄어든 체코의 연평균 근로시간도 한국 다음으로 긴 1972시간이다. 반면 프랑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한국의 거의 절반인 1431시간이다. 출산율 회복(1.71명, 2003년)에 성공한 스웨덴의 근로시간도 1564시간으로 '과로'와는 거리가 멀다.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한마디로 출산율 저하의 주요 원인은 무엇보다 일하기 바빠서 애 키울 시간과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는 거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가족 단위가 작아지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 애를 전담해서 볼 사람이 없어지므로, 여성에게 있어서 출산과 육아는 사회 활동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당연히 모든 현대 자본주의 국가들의 출산율은 전통 사회에 비해서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시간이 짧다면 어떨까? 프랑스는 OECD 회원국 중 연간 노동시간이 가장 짧다. 지난 한 세기 동안의 프랑스 노동 운동사는 노동시간 단축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프랑스인들이 일하는 시간은 1970년대에 비해서도 20% 이상이나 줄었다. 그래서 25-49세 여성 중 81%가 일을 한다는 높은 여성 취업률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이 짧기 때문에 아빠든 엄마든 애 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그리하여 취업 여성의 75%가 두 자녀 이상을 둘 수 있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한편 노동시간의 단축은 또 하나의 중대한 결과를 낳는다. 한국의 한 설문조사를 참고해보자. 가족자원경영학회가 지난 2002년 금융권과 일부 기업체에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직후 직원과 배우자 182쌍을 조사한 결과, 가장 큰 변화로 37%가 '가족관계의 개선'을 꼽았다고 한다. 또한 남편의 19.1%, 아내의 18.7%는 금실이 좋아진 덕분에 명랑 횟수가 증가했다고 대답했다. 즉 노동시간의 단축은 명랑한 가족관계를 통한 명랑 빈도의 증가를 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 5일 근무는 기본이고 주당 35시간 근무제와 연간 한달 이상의 유급 휴가 등으로 세계에서 가장 짧게 일하는 프랑스인들은 어떨까? 그렇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명랑 횟수의 숨겨진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선진명랑사회로 가는 첩경이다. 물론 최근 몇 년간 프랑스의 출산율을 높인 요인은 여기서 그치지만은 않는다. 경이로운 프랑스 사회보장제도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먼저 이에 대한 필자의 심경을 말하자면 여기서 애를 낳지 않고 돌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할 것 같다는 거다. 의료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고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임신이 확인된 직후부터 각종 검진과 치료, 출산, 산후 조리까지 100% 공짜로 병원과 약국 등 의료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출산 후에는 구청에 소속된 조산원 아줌마가 집으로 방문해서 건강한 양육을 위한 집 구석 환경 체크에서부터 출산 후유증 관리, 아기 건강 체크, 모유 수유 지도 등과 함께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다. 돈 없어서 못 낳겠다고? 프랑스에선 통하지 않는 소리다. 저소득 가정의 경우 양육비도 많이 지원해준다. 애 낳았다고 100만원 정도를 주고 다달이 양육비로 20만원 정도를 준다. 거기다가 저소득층에게 지원되는 주거 보조금도 부양 가족이 하나 늘었으니 더 나온다. 애를 또 낳으면 더 많은 정부 보조금을 추가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소득이 거의 없는 한국 유학생 부부들은 아이 둘을 낳으면 거의 생활비가 빠지고 셋째를 낳으면 심지어 어느 정도 재정적인 여유가 생긴다는 얘기가 있다. 나도 기필코 애 둘 이상은 꼭 낳아서 본전 빼고 돌아가리라!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정부 지원은 저소득층만이 대상은 아니다. 직장에 다니는 아빠나 엄마가 출산 휴가를 내는 경우에 첫아이 때는 6개월까지 16만원 남짓한 육아휴가비를 받지만, 둘째나 셋째 아이를 낳고 휴가를 내면 최장 3년까지 매달 65만원의 육아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 출산율 상승에 고무된 프랑스 정부가 지난 달에 발표한 개혁안에 따르면, 셋째 아이를 낳았을 때 1년 이내로 출산 휴가를 신청할 경우 매달 95만원 정도의 보조금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선택사항이 추가되었다. 이 외에도 저렴한 구립 탁아시설들, 가정 외 보육에 대한 세액 공제, 각종 서비스 이용료 할인에서부터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까지 이어지는 수업료가 거의 공짜인 국공립 교육시설까지... 모든 혜택들을 일일이 다 설명하자면 책 한 권은 써야 할 판이다. 그러니 이쯤 해두고 프랑스 침투 초기에 듣고 놀랐던 사소한 제도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면, 6세 이하의 어린 아이를 데리고 기차를 타면 부모도 할인된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에서 애 낳고 싶게 만드는 요인은 제도적인 면에서 그치지 않는다. 임신한 여성에 대한 배려나 갓난 아기에 대한 관심은 실로 경탄 할만 하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기본이고, 막 문을 닫고 출발하려던 만원 전철에 다가가자 운전사가 다시 문을 열고 달려와서 운전석 옆 자리로 오라고 한 적도 있다고 얼마 전 애를 낳은 젊은 아줌마 공작원은 증언한다. 한번 갓난 아기를 안고 밖에 나가보라. 그들의 개인주의 문화가 무색할 정도로 왜 그리 남의 새끼에 관심들이 많은지. 화목한 가족, 명랑한 사회는 아이로부터 온다. 집안에 애들이 있어야 온갖 시름도 잊고 애들의 재롱에 온 가족이 웃음꽃을 피울 수 있다. 선진명랑사회, 바로 애 낳고 싶게 만드는 사회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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