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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통행금지’ 시대의 연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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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시봉>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증가하는 데다 날로 잔혹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아내나 딸의 귀가 시간을 놓고 말다툼을 벌이는 가정이 늘어났다는데, 한국도 영국에서 시작된 범죄 예방 서비스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귀가 시간이 늦어지면 대부분 여성들은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는 택시를 원하는데, 영국의 ‘핑크 레이디(Pink Ladies)’라는 회사가 이를 사업화해 세계 최초로 여성 전용 택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차량을 핑크색으로 꾸미고, 회원에 한해 예약제로 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운전기사도 모두 여성이라고 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야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인 치안대책이 시급한데, 일부에서는 야간통행금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개인의 사생활을 억압하고 통제하던, 독재시대에나 가능했던 야간통행금지 부활론이 제기될 만큼 야간범죄가 극성을 부린다는 것이다.
 
조선시대부터 존재했던 통행금지가 해제된 것은 1980년대다. 이른바 486세대 이상들은 청춘 남녀 시절 통행금지로 인한 에피소드를 하나쯤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미팅이나 소개팅으로 만난 연인을 어찌해보는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통행금지를 이용하여 밤을 함께 보내는 것이었다. 해서 갖가지 핑계로 애인을 청평이나 남이섬 같은 교외로 꼬여내기만 하면 1단계는 성공이었다. 애인을 안심시키기 위해 돌아갈 차표를 사두지만 술에 취한 척, 그것도 안 되면 발이 삔 척하며 기어코 막차를 놓치고 여관방을 구해 둘만의 시간을 만들었다. 이쯤 되면 2단계 성공이다. 그리곤 이부자리로 경계선을 긋고, “나를 못 믿느냐” “남자는 다 늑대다”라는 실랑이 끝에 기어이 사랑을 나누게 되면, 이를 계기로 결혼에 이르렀던 것이다. 올 나이트를 즐기는 요즘 신세대들은 밤늦도록 유흥가를 배회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런 낭만은 없을 것이다.
 
조선시대 한양의 통행금지 시간은 밤 10시였다. 궁궐의 보루각에서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경을 28번 치면 종루-남대문-동대문으로 이어진 도성의 4대 문이 굳게 닫혔다. 이후에는 딱딱이를 든 순라군들이 순찰을 돌았다.
 
하지만 당시 한양에는 이른바 여관이 귀했고, 독방이 없어 오입쟁이들은 뜻이 맞는 기녀와 동침을 하려면 기녀의 집에 가야 했다. 해서 간혹 밤늦게 찾아온 다른 단골손님이나 기녀의 기둥서방과 드잡이질을 하는 광경도 있었다.
 
통행금지를 해제하는 파루는 33번 북을 쳤다. 인경은 종을 치고 파루는 북을 친 연유는 무엇일까. 종소리는 음(陰)이며 북소리는 양(陽)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밤은 달이 지배하는 음의 시간이며, 온종일 법도와 가정사에 시달리던 여성이 주도권을 잡는 음의 세상이라고 여겼던 때문이다.
 
통행금지로 알아본 연애사인데, 인터넷을 통한 매매춘과 몰카에 빠져 연애는 없고 섹스만 있는 신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추억이다.
김재영 원장
퍼스트 비뇨기과 원장
ISSM(세계성의학회) 정회원 / KBS, MBC, SBS 방송 다수 출연
http://www.firstclin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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