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이브>
대학교 때 이야기다. 룸메이트가 여자 친구와 카톡을 하고 있길래 슬쩍 사진을 봤더니 상당히 예뻤다. 기다렸다가 그런 애를 어떻게 만났냐고 물어봤다. 봉사 동아리에서 만났다고 했다. 좀 더 궁금해져서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봤다.
룸메의 동아리 이름은 '사랑을 드려요'였다. 이름 자체는 뭔가 기쁨이 흘러넘치는 봉사 동아리가 연상되지만 현실은 좀 달랐다. 봉사활동을 가기는 한다.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는 문란하다고 할 정도로 개방적이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형태의 시스템이 잘 구축이 돼 있다. 동아리방은 점심 때마다 잠기기 일쑤였고, 어쩌다가 들어가면 땀 냄새가 진동하고 어쩔 땐 남녀가 옷을 후다닥 입고 나올 때도 많았다.
그러던 중 룸메도 마음에 드는 여자애가 생겼다. 남중, 남고를 나온지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서 애만 태우다가 결국 동아리 선배에게 도움을 청했다. 선배는 씩 웃으면서 동아리 엠티 때 숙취음료만 사오면 된다면서 어깨를 토닥였다.
엠티 당일 날, 룸메는 옷을 말끔히 차려입고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엠티에 참가했다. 런닝맨 게임도 하고 이것저것 하다가 캠프파이어를 한 뒤 2차로 방 안에 들어와서 술판을 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데 선배가 “좀 있으면 애들 토하고 화장실 못 가니깐 화장실 미리 다녀와”라고 했다. 꽤 취한 룸메는 아무 의심없이 화장실을 다녀왔다. 화장실을 나올 때 여자애랑 마주쳐서 웃으면서 눈인사까지 했다고 했다.
분위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술이 들어간다! 술이 들어간다! 쭉! 쭉쭉쭉! 쭉! 쭉쭉쭉! 언제까지 어깨 춤을 추게 할 거야! 내 어깨를 봐! 탈골됐잖아!’하는 노래가 머리에 울리기 시작했다. 여자애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선배가 말했다.
"제군들! 오늘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인 거 알지?"
그리고는 갑자기 달려와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어 일으키더니 구석에 있던 캐비넷으로 끌고 갔다. 룸메는 있는 힘껏 발악을 했지만 선배는 힘이 셌다. 그런데 웬일? 여자 선배들도 여자애를 낚아채더니 같은 캐비넷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닌가. 반항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캐비넷 안에 둘만 갇히게 되었다. 설상가상 캐비넷이 뒤집히면서 여자애와 거의 한 몸이다시피 뒤엉켰다. 불이 꺼지고 자물쇠가 잠기는 느낌이 났다. 둘이 열어달라고 발악을 했지만 "좋은 시간 보내!"라면서 캐비넷을 통통 치고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침묵이 이어졌다. 살짝 여자애의 살 냄새였는지 비린내?가 좀 났었는데 비리면서도 부드럽고 코끝을 유혹해서 점점 빠져들었다.
“사실은 내가 너 좋아했었거든 그런데 내가 좀 연애에 서툴러서 선배한테 말했는데 이렇게 장난치셨나봐... 괜히 나 때문에 미안해.”
그러자 여자애가 대답했다.
“아냐... 나도 너 좋아했어. 나도 동아리 친구들한테 말해서 나 때문에 그런가 싶어서 괜히 마음에 걸렸어.”
서로 마음을 확인한 뒤 어떻게 좋아했는지 어떤 모습이 좋았는지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이것저것 말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내가 어리숙한게 있는데 그래도 너 옆에 있을 수 있고, 너 심심하게 안 할 자신있어.”
“그래...”
“내일부터 우리 손 잡고 다니자.”
그렇게 말하고 둘은 잠이 들었다. 좁은 캐비넷 안에서...
아침이 되자 캐비넷이 놀이기구마냥 세워지고 문이 열렸다. 아침 햇살이 쏟아졌다.
이후 공식 커플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냈고, 진도가 좀 나가서 모텔에 입성하게 됐다. 그런데 서로 어색해서 말을 못하다가 샤워를 하고 왔는데도 계속 어색했다.
“그냥 손만 잡고 자자... 불 끌게.”
그렇게 함께 침대에 누웠는데 막상 어둠 속에서는 서로 적극적으로 변해서 최고의 밤을 보냈다. 그 이후로도 모텔에 가면 불 켜고는 못하겠다고 해서 불을 끄고만 했다. 룸메가 이유를 물으니 캐비넷에 갇혔을 때의 애틋함 때문이라고 했다.
외국에서도 불 꺼진 엘리베이터에서 남녀가 서로 위로하고 두려움을 달래다 결혼에 골인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두려움이 사랑의 거름 역할을 하나? 궁금증이 커진 하루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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