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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라는 이름의, 그와 그녀의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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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
 
워낙 오래 전 일이라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만났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남자와 여자가 '아주' 친해진 것은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부터인데, 그렇다면 어떻게 친하지도 않은 남녀가 단둘이 여행을 갔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어쨋든 그들은 '그렇게 친하지는 않은' 상태에서 함께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그 여행에서 돌아오자 (인생을 한 권의 책이라는 식상한 비유를 빌리자면) 한 페이지를 빽빽하게 채울 만큼 의미 있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남녀의 여행담이니, 다분히 성적인 코드로 읽힐 것임을 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더라.
 
"제주도에 갈 건데, 그냥 가는 게 아니라 목포에서 배를 타고 갈 꺼야.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선실에서 술을 마실 꺼고, 그러다가 갑판 위에 올라 떠오르는 해를 볼꺼다!"
 
남자는 대학생이었고 여자는 막 입사한 직장인이었다. 남자는 자신이 짠 계획에 스스로 도취되어 신나게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 모습에 여자도 덩달아 신이 났다. 난데없이 자기도 데리고 가달라고 했고, 아주 잠깐의 망설이는 시늉 끝에 남자는 그러겠다고 했다.
 
그렇게 떠난 여행은 예상보다도 더 낭만적이었다. 배 위에서 바라본 밤하늘은 아름다웠고, 따가운 초여름 햇살은 유쾌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본 구름들은 여지껏 봐왔던 것들보다 몇 배는 부드러운 듯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곁에서 함께 행복해하는 서로의 체온이 그들을 몹시 들뜨게 했다.
 
애초에 3박 4일로 예정 됐지만 때마침 불어온 태풍 때문에 더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러한 장애물 덕분에 더욱 애틋한 기억을 갖게 됐고, 끈끈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함께 겪는 고난은 은연중에 그어져 있던 선을 폴짝 뛰어넘어 상대의 품으로 다이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쑥맥이 아닌, 청춘 남녀 사이에서 이만한 축복은 없다.
 
그런데 왠일인지 그들은 몸을 섞지 않았다. 여행 내내 한 침대에 누워 한 이불을 덮고 잤지만, 으레 발생하기 마련인 모종의 사고(?)는 없었다. 이후의 혼란이 두려워서 였을까. 피 끓는 스물두 살 청년과 스무 살 처녀는 따듯한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섹스 해도 괜찮을 사이'가 될 그날이 언젠가 올지도 모른다고 짐작만 하며.
 
결국 5박 6일의 여행은 서로에 대한 친밀감만 최대치로 끌어올린 채 끝을 맺었다. 그런 애틋한 감정은 이후 남자와 여자가 사귈 뻔할 정도까지 끌고 간 충분한 동력이 됐지만, 끝내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그들은 '안전한' 선택을 한 대가로 서로 언제든 편하게 불러 맥주 한 잔할 수 있는 이성 친구 하나를 얻게 되었다.


'친구'라는 이름의, 그와 그녀의 이야기 2▶ http://goo.gl/Es1xrc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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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love 2015-10-17 17:57:57
남로당님 덕분에 오랜만에 보고싶은 영화가 생겼네요^^
아~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자 여자 성인이 되어 친구라는 단어에 맞는 사이로 이낼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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