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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선진명랑사회 프랑스 (5) 프랑스 이혼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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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래는 고양이처럼> 한국의 이혼율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상승하여 인구비례 이혼 건수로는 미국 다음 가는 세계 2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이 2003년에 발표한 '2002년 혼인, 이혼 통계 결과'에 따르면 인구 천명당 이혼 건수는 3.0건(쌍)으로 미국(2001년 4.0건)보다는 낮지만, 영국(2001년 2.6건), 호주(2001년 2.6건)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선진명랑사회 프랑스의 이혼율은 어떨까? 높은 명랑빈도는 이혼율과도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두말하면 잔소리, 세말하면 싸대기다. 프랑스의 이혼율은 결코 낮지 않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명랑빈도나 뜨거운 명랑추구 열기에 비한다면 그리 높은 편도 아니다. 아래 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결혼 대비 이혼율에서 OECD국가 중 한국은 3위, 프랑스는 7위를 차지했다. 적어도 한국보다는 많이 낮다. 더 이상한 것은 인구 천명당 이혼 건수를 본다면 2건 내외로 인구 비례 이혼율은 다른 서유럽국가들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편이란 점이다. 우리도 명랑 선진국?
높은 명랑빈도에 비해 이와 같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혼율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결혼 전에는 파트너를 바꿔가며 자주 명랑을 즐기다가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평생을 한 배우자하고만 깨소금을 볶는 것일까? 천하의 카사노바가 결혼하고 나면 순정파가 된다고? 물론, 절대 그럴 수는 없다. 그럼 결혼을 했어도 잠깐 바람을 쏘이는 것에 관대한 것일까 ?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관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혼은 결혼이다. 사실 꼭 결혼이 아니라 연애 중이더라도 그건 그들에게도 문제가 된다. 사실 질문은 거창하게 던졌지만 프랑스는 인구당 결혼 비율이 상당히 낮고 결혼 시기도 비교적 늦은 편이란 걸 안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결혼율 자체가 낮고 그나마 뒤늦게 하는 결혼이니 인구당 이혼율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위에서 프랑스의 결혼 대비 이혼율이 세계 7위로 높은 편인 반면 인구 천명당 이혼율은 순위에도 들지 못하는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이 이 사실을 잘 드러내준다. 그래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결혼을 별로 안하고 그나마 산전수전 다 겪어보고 하는데도 여전히 그리 낮지 않은 결혼 대비 이혼율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오늘 디벼 볼 주제가 바로 프랑스의 결혼문화 되겠다. 자, 그럼 우선 프랑스의 결혼식은 어떻게 하는지부터 보자. 프랑스의 결혼식은 교회나 성당에서 하는 결혼식과 매리(mairie, 시청이나 구청 등)에서 하는 결혼식으로 나뉜다. 매리에서 하는 결혼은 우리 식으로는 동사무소에 혼인신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적인 효력을 만드는 것이고, 교회에서 하는 것은 전통적이고 문화적인 의례로서 하는 것이다. 종교전쟁 이후 종교와 세속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프랑스의 역사적 전통으로 이렇게 결혼식도 두 가지가 되었다. 보통은 결혼을 한다고 하면 먼저 매리에서 하고 이어서 교회나 성당에서 하지만, 종종 교회 결혼식은 생략되기도 한다. 매리에서 하는 결혼식은 신랑, 신부 양측에서 한 명씩, 증인 두 명만 있으면 가능하며, 시장이나 구청장이 나와서 관련 법조문을 읽어주고 반지 교환하고 서약서에 각자 사인하면 끝이다. 그러나 오늘날 프랑스에서 결혼은 어디에서 하는 것이든 그 자체로 하나의 전통적인 '의식'이라는 의미로 축소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을 안 해도 명랑하게 같이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우선 그 유명한 꼬아비따씨옹(cohabitation, 동거)에만 들어가도 사실혼으로 인정되어 웬만한 법적인 보호나 혜택은 다 받을 수 있다. 더구나 1999년에 제정된 PACS(Pacte Civil de Solidarité, 시민연대협약)라는 걸 하게 되면 결혼한 것과 진배없는 법적인 효력을 가지면서도 보다 간소한 절차로 찢어질 수 있다. PACS는 3년 이상의 동거 이후에 신청할 수 있는데, 이는 동성간에도 가능하다! 오늘날 프랑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에서 같이 살아보지 않고 결혼을 한다는 건 무모한 도박이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모험이다. 국립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990년부터 1999년 사이 미혼 동거 커플이 60%이상 증가했다. 특히 26세 이하의 여성과 28세 이하의 남자 중에는 결혼보다 동거가 더 많다. 최근 결혼하는 커플의 90% 이상이 이미 동거 생활을 거쳤다는 프랑스 인구 조사국의 통계는 이 사회에서 동거가 얼마나 보편화됐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많은 프랑스 커플들은 여건상 서로 합의가 되면 바로 동거에 들어가며, 그렇게 살다가 바로 결혼을 하기도 하지만 애를 몇 낳고 나서 하기도 한다. 영영 결혼은 안 하는 커플도 다수 있고. 그 결과로 프랑스 여성들의 결혼 외 출산은 전체 출산의 40%를 차지한다. 요컨대 프랑스에는 결혼 말고도 다양하고 자유로운 결합 방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결혼을 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결혼을 안 하니 인구 대비 이혼율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은 주지한 바와 같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결합 방식이 있다는 것은 역으로 그만큼 보다 용이한 헤어짐의 방식들이 존재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결합과 해체의 반복으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파트너와의 정기적인 명랑이 가능하고, 결국 이것이 명랑빈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다. 하긴 그들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명랑의 가치를 쉽사리 포기하랴. 프랑스인들에게는 이혼도 자유로운 결합과 같은 논리로 받아들여진다. 결혼한 커플 사이에서 실패를 확인하는 것도 정상적인 흐름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사회에서 원칙적으로 수용되며, 이혼한 가정의 자녀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거의 없다. 이와 같은 사회적 환경으로 다양한 결합방식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결혼대비 이혼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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