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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이고 꿈만 같았던 스무 살의 무용담 5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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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블랙 달리아]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부산에서 학교생활을 했다. 스무 살에 입대를 하려고 했으나 누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21살이 되도록 입대도 하지 않았다. 나의 일상은 아르바이트하고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과 술 한잔을 걸치던 날들의 반복이었고, 주말이면 동네로 가서 누나와 시간을 보냈다.
 
누나는 내 고등학교 선배들과 많이 친했었다. 우리 동네에서 처음 알게 된 친구들이라고 했고, 나와도 친분 있는 형들이었기에, 별로 걱정되지는 않았다. 물론 내키지 않는 마음은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아주 충격적인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날 나는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며 좋은 기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나 그 전화 한 통에 나는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마음에 분노가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술도 들어갔고 나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나는 그 날 그 밤에 대학가 앞에서 택시를 타고 동네로 향했다. 택시비가 12만원 정도 나온다고 했지만, 나는 돈이고 뭐고 이성을 잃은 채 동네로 향했다. 전화의 내용인즉슨 이랬다. 내 한 살 위 선배가 있었는데, 그 형은 바리스타로 번화가에서 카페 매니저를 하고 있었다. 형이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OO야 내가 이 이야기 안 하려고 했는데...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
 
"무슨 일이에요. 형님?"
 
형의 말에 따르면 내 고등학교 선배인 그 자식이 누나를 자기 여자친구라 말하며 다닌다더라, 실제로 형도 둘이 같이 있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했다. 요즘같이 SNS가 활성화되어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시절이었다면 나는 그 자식을 반 죽여 놓는 그 날, 그 면상을 사진 찍어 올려 뒀을 것이다. 난 바보가 된 것 같았다.
 
내 주위 선배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나랑 누나랑 헤어진 거 아니냐고 형들은 반대로 나에게 물어 왔고,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형들은 당황했고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부산에서 경주로 가던 도중 누나에게 아무 일도 없는 척 누나 집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누나는 당황했는지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누나는 오늘 집에 일이 있어 본가에 잠시 왔다고 했다.
 
'시간이 12시가 되어 가는데? 이 시간에 집엘 간다고? 웃기고 있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잠시 뒤 누나가 다시 전화가 와서 갑자기 왜 오는 거냐며 물어봤다. 그냥 보고 싶어서 가는 중이라고 하였고, 30분쯤 뒤면 도착한다고 했다. 누나는 내일 아침 일찍 갈 테니 집에서 쉬라고 말 했고, 나는 누나 집 열쇠를 가지고 있었기에 누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그 자식의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를 걸었다.
 
"형 도대체 OO랑 무슨 사이인데요?"
 
"네가 생각하는 이상한 관계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지랄하네. 더러운 새끼.'
 
나는 평소 그 형을 엄청 좋아했고, 학교 다닐 때도 인성도 괜찮은 사람이어서 잘 따르던 편이었다. 너희들 사람 잘 못 건드렸다. 조용히 모른 척하면서 엿 먹이려 했으나 나는 참을 수 없었다.
 
누나의 집에 도착했다. 아직 방안에는 온기가 있다.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다. 비참하다. 내가 사준 겨울 이불을 덮고 둘이 뒤엉킨 상상을 하니 X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비참했다. 나는 누나의 친구인 다른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 어디야! 지금 나 좀 봐!"
 
누나는 올게 왔다는 것을 느꼈던지, 나에게 알겠다고 했고 술집에서 보자고 했다. 누나의 친구는 나에게 있는 사실 모두를 이야기해 주었다. 여름 휴가가 지난 후 누나는 누나의 동갑내기 선배들과 어울리는 자리가 잦았고, 그 자식은 누나가 나를 만나기 전 헤어져 주지 않는다는 그 전 남자친구였다. 곧 입대를 앞두고 있다고 알고 있었고 내 본가 근처의 유흥가에서 웨이터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누나의 친구는 나라도 너한테 먼저 말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누나의 친구에게 누나가 무슨 잘못이냐면서 그것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누나는 친구로서 이건 아니다 OO가 불쌍하지도 않냐. 둘이서 다투고 요즘 같이 잘 안 붙어 다닌다고 했다.
 
누나의 친구는 진심으로 나를 위해 주었고 누나가 손에 피범벅이 되어 온 날, 그 날 내 선배들이 다른 사람들과 시비가 붙었는데 컵이 깨지고 누나는 깨진 병을 든 그 새끼를 말리려다 손이 피범벅이 된 것이라고 했다. 그 당시까지는 둘이 사귀진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1년이 지나 다시 뭔가의 감정을 느꼈는지 둘이 사귄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해 주었다.
 
'내 홈그라운드에서? 한 사람 걸치면 다 들려 오는 좁은 동네에서 그딴 짓거리를 해대는 건가? 누나 네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난 이 동네 토박이고 너보다 아는 사람 분명히 더 많고 내 편이 더 많다.'
 
나는 누나에게 아무 이야기하지 않고 이 문자를 남겼다. 누나는 무슨 소리냐며 전화가 왔다. 방귀뀐 놈이 성낸다고 난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우리 아무 사이 아니다며 궤변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웃기네... 진짜 끝까지 거짓말을 하네. 네 친구한테 직접 듣고 있고 동네 내 선배들이 전화 와서 보다 못해서 내가 불쌍해서 알려 주더라. 내가 다 퍼다 주니까 호구로 보였냐?"
 
나는 이성을 잃고 욕을 해댔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전화는 끊어져 있었다. 술이 많이 들어갔나 보다. 전화 끊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으니. 누나 친구는 내 앞에서 미안하다며 연신 미안하다고 내 눈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누나는 3일간 집에 나타나지 않았다. 난 1년이 넘도록 누나의 프라이버시를 지켜 주었다. 하지만 이제 아니다. 난 누나의 집에 있으면서 누나의 일기장을 보았다. 그 새끼의 입대날까지 캘린더에 기록해 뒀고, 피임캘린더까지 있었다. 비참함에 끝판왕이었다. 그래도 누나에게 욕하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난 새벽 무렵 그 새끼가 일하는 장소로 향했다. 그 새끼는 내가 올 거란 생각은 못 했나 보다. 나는 곧장 향했고 그 새끼를 보자마자 카운터에 있던 유리 재떨이로 머리를 몇 번 내리쳤다. 날 보더니 아무 소리 못 하고 가만히 찌그러져 있었다. 머리에 피가 흘러내린 거 보며 주방에서 걸래 짝을 던져줬다.
 
"닦고 따라 나와. 이 개새끼야!"
 
우리는 아직 정리 안 된 룸으로 들어갔다. 우리 둘은 마주 앉았다.
 
"형! 아니, 야이 X발 새끼야! 네가 나한테 이따위로 할 수 있냐? 네가 선배 맞냐? 개새끼야?"
 
뭐 이런 식의 대화를 했고, 형은 나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했다. 왜 나한테 거짓말했냐고 했다. 근데 거기서 형은 나에게 다음 주면 입대한다. OO를 다시 보니 또 생각이 났고 만나고 싶어졌다고 이야기했다. 나에게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기가 차는 이야기를 했고 나는 룸 테이블 위에 있던 마이크를 붙잡고 다시 형의 머리를 내리쳤다. 나는 군대 전역하고 난 후 어디서든 내 눈에 띄지 말라며 보이면 지금처럼 쳐맞을 줄 알라고 이야기하고 나왔다.
 
하나도 후련하지가 않았다. 다음 날 저녁이 되어 누나는 집에 들어왔다. 술 한잔하자고 했다. 나는 소주를 사 왔고 안주 따위는 필요 없었다. 아! 빠뜨린 이야기가 있다. 나는 아직 내 아내랑도 놀이공원에 가본 적이 없다. 내가 과거에 여자친구를 만나면 꼭 해보고 싶던 것이 놀이공원 가는 것이었는데, 당시 놀이기구 조작하는 기사 중 내 동창인 친구가 하나 있었고, 그 친구도 나에게 네 여자친구 본 것 같다는 말을 했었다. 진짜 그렇게 내가 가고 싶어 하던 곳을 둘이 다녀왔다는 걸 알게 되고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나는 말 했다.
 
"누나 OO 월드도 갔었다며? X발 내가 그렇게 가자고 할 때는 싫다고 안 가더니 곧 군대 가는 네 남친새끼 보니 추억하나 더 만들어 주고 싶더냐?"
 
누나는 나에게 누가 그랬냐며, 어떤 사람이 그런 거짓말 하냐고 했지만 결국 자초지종을 설명하긴 했다. 하지만 내 귀엔 핑계와 거짓말로밖에 들리지 않았고, 증오심에 불탔다. 누나는 용서해 달라며 나에게 빌었다. 내 입은 한 번만 용서하겠다고 말했지만, 복수를 시작하려 마음을 먹었다.
 
나는 그 후로 대놓고 다른 여자 친구들과 어울리며 나이트에 가서 부킹하며 놀았다. 온갖 여자를 주무르고 치근덕대며 어디 동네 풀어 놓은 개마냥 미친 척을 하고 다녔다. 나는 섹스가 하고 싶을 때만 누나를 찾아갔고 누나는 정말 나에게 죄지은 사람의 표정을 지으며 내 몸을 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나는 거짓인걸 다 알고 있었다. 이미 알게 된 사실이 덮어지랴? 그 후 내 핸드폰으로 선배들의 욕설과 질책이 있었고 아무리 그래도 선배를 그렇게까지 해서 됐냐는 등의 말들을 많이 들었지만, 난 하나같이 내 입장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냐고 했고 그 새끼는 다른 선배들과 거리가 멀어진 계기가 된 것 같았다. 또 내 주변 우리 동기 친구 중 그 새끼랑 같은 날 입대한 놈이 있었는데 배웅해 준 친구들이 그날 네 여자친구 봤다는 말을 해 왔고 나는 모른 척 그냥 누나에게 아무 말 않고 있었다. 누나가 나랑 섹스하고 난 후 잠이 들었을 때 나는 누나의 핸드폰을 열어 보았고 누나의 핸드폰에는 입대하던 그 새끼의 영상이 담겨 있었다.
 
'애기야? 지랄병하고 있네. 미친 새끼. 덜 맞았나...'
 
누나는 내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그 거짓투성이인 입에 내 정액을 받아 낸 후 잠들어 있다. 이 생활이 반복되고 어느덧 12월이 되었다. 누나의 생일은 12월 OO일. 복수의 마무리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여태껏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정보를 기록하고 사진 찍어두고 캡쳐했다. 그리고 수많은 제보를 종합해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냈다. 그 날이 다가왔다. 오늘 누나와 나는 1년 반이라는 시간의 종지부를 찍는다. 나는 그 날 맞춰 그 책이 집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일일 특급으로 우체국에서 배송시켰고, 그 날 밤 날짜가 바뀌고 12시가 되었다.
 
'재미있었다. 생일 축하한다. 내일 내 선물 도착하니 잘 보고 반성하면서 살아라.'
 
문자를 보내고 누나의 답장을 기다렸다. 누나는 짐작한 듯 바로 답장이 왔다.
 
'생일 선물 좋은 거 받았다. 재미있었다.'
 
이 말과 함께 우리는 이제 공식적으로 헤어진 사이가 되었다. 끝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나는 그저 약간의 시간 동안 내 나름의 복수를 준비했고 우리는 의무적인 섹스만 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사이였다. 그렇게 해가 바뀌어 내 나이 스물둘이 되었다. 6월에 입대해야 하기에 나는 학교는 더이상 다니기 싫어 그냥 자퇴했다. 교수님들이 많이 말렸다. 나름 학과 조교였고, 장학생이기도 했고, 여태껏 따 놓은 자격증과 시간이 아깝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는 부산에 미련도 없었고 그냥 입대 후 학업의 스트레스보다는 일에 찌들려 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2월 정도였던 것 같다. 누나와 나는 우연히 길에서 마주쳤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리는 그날 저녁 만나게 되었다. 누나는 이사했다고 한다. 또 하필이면 우리 집 근처다. 뭐 좋다면 좋은 거고 안 좋다면 안 좋은. 솔직히 누나랑 불 같았던 시절의 섹스는 잊을 수 없었기에 또 생각이 났다. 그러는 찰나에 누나가 저녁 같이 먹자며 집으로 오라는 문자를 했고, 우리는 저녁이 아닌 서로의 몸을 또 탐했다.
 
누나는 나에게 다시 만나자는 제안을 했고 나는 그럴 자신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누나에게 누나 우리 헤어져도 섹스파트너로 남기로 하지 않았었나? 라는 이야기를 했다. 누나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나는 솔직히 말해 집 근처에 사는 누나를 안 마주칠 수도 없었기에, 열흘 정도 시간을 두고 집에서 밥이나 먹자며 제안했고 누나는 알겠다고 했다. 열흘 그 열흘 동안 누나가 퇴근한 후에 많은 섹스를 했다. 연애할 때처럼 과감하고 대담한 섹스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서로의 몸을 원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고, 여전히 우리는 속궁합은 최고인 것 같다는 말을 함께 하였다. 그렇게 열흘이 지났다. 나는 아침 일찍 누나 출근 시간에 같이 집에서 나와 잘 가라고 했다. 2월이지만 그날 눈이 내렸다. 누나와 나는 서로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서로가 문자를 주고받았다. 똑같은 내용이다.
 
'열흘 동안 고마웠다. 잘 지내라.'
 
형식적인 인사와 함께 우리는 하얀 눈이 오던 2월의 어느 날 또다시 서로의 몸을 품은 채 헤어졌다. 그리고 6월 나는 입대를 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 상병이 되었다. 매달 포상증을 획득해 천성이 군인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집으로 왔다. 집에선 내가 휴가 나오는 것을 꺼렸다. 휴가 나오고 친구들과 밥 먹던 도중 낯익은 여자를 발견했다. 혹시나 했는데 누나였다. 누나는 그 1년 정도 사이 유학을 다녀오고 다시 동네로 와서 시내의 한 옷 가게에서 일한다고 했다. 사람 마음 참 간사한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시절의 모습은 생각도 나지 않고 좋았던 마음만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복귀 전 옷 가게에 들리라 했던 누나의 말에 커피 한잔을 사 들고 가게로 향했다. 우리는 CCTV가 돌아가는 그 매장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한쪽 구석에서 키스했다. 크고 짙은 눈동자, 오똑한 코, 안젤리나 졸리 뺨치는 섹시한 입술 그리고 역시 끝내주는 바디라인.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우리는 진한 키스와 함께 그 날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만나는 일은 없었다.
 
지금 나는 결혼을 했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있고, 누나 또한 한 가정의 안사람이 되어 서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했고 각자의 아이들 또한 큰 차이가 없게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다. 우리는 지금도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서로 약간의 여운이 남은 연락을 하곤 한다. 아마 내가 느낀 마음과 누나의 마음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미련도 없고 그럴 마음조차 더는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 시간이 흘러 누나를 만나게 된다면 정말 그 시절에 나에게 왜 그런 아픔을 준 것인지 핑계가 아닌 진심을 물어보고 싶다.
 
 
글쓴이ㅣ홈런섹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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