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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으로 만난 그녀와 나눈 따뜻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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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우시절]
 
밖에는 진눈깨비가 세차게 흩날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인도해 엊그제 다녀왔다는 술집으로 향했다. 2층으로 이뤄진 술집의 1층 홀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우리는 오픈된 공간에서 맥주와 소시지를 안주 삼아 일상의 얘기들을 나눴다. 며칠간 채팅으로 나눈 이야기들을 기초로 살을 붙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적당하게 취해갔다.
 
서른을 갓 넘은 그녀는 당시 별거 중이었다. 순진한 처녀 시절 만났던 직장 사장이자 나이 차가 있는 돈 많은 이혼남에게 시집을 갔고, 그의 자녀들까지 키우게 됐다고 했다. 시집갈 때 아이들은 이미 중학생이었는데, 당시 딸은 대학생이었고, 아들은 사진과를 진학하기 위해 재수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을 좋아했던 그녀를 둘째는 특히 잘 따른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 남자는 그녀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지 않으려 했고, 사업도 도산하여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자금으로 OO동 쪽에서 큰 술집을 운영한다고 했다.
 
우울증세가 심해져 손목을 두어 번 긋기도 하였다는 그녀는 그 남자에게 혼자 살게 해달라고 애원하여 따로 나와 살고 있다고 했다. 주말이면 그 술집에 나가 카운터를 봐준다고도 했다. 그녀의 손목으로 눈이 갔고, 연갈색 한 줄과 그보다 좀 더 진한 갈색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손목을 들어 올려 입맞춤하였다. 
 
"왜 그래요?"
 
"몰라... 그냥..."
 
"치... 괜찮아요. 그런데 손목 그을 때, 저도 제정신이 아닌 거 같아요. 어느 순간 왜 그랬는지 잘 기억이 안 나요. 그래서 집안에 커터 날들을 두지 않아요."
 
나는 그녀 옆으로 다가가 말없이 어깨를 꼭 감싸주었고, 그녀는 괜찮다며 미소 지었다. 그 웃는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뺨과 이마에 입 맞추었고, 그녀는 엉큼하다며 가볍게 나를 밀어내었다. 1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내리던 진눈깨비는 함박눈으로 변해 그사이 꽤 쌓여 있었다.
 
"취했나 보다. 우리 이제 일어나요. 눈도 많고..."
 
"내가 취해 보여?" 
 
"취하니까 이러지!"
 
"그래 그렇다고 치자. 들어가. 난 돌아가기 뭣하니 발산동 쪽 모텔에서 자고 갈게."
 
"아... 그럼 제가 집에 가서 차로 데려다줄게요."
 
"알아서 갈게."
 
"잠깐만 기다려요!"
 
그녀는 집에 가서 감청색 폭스바겐 비틀을 몰고 왔다. 눈이 쌓여 오가는 차도 거의 없는 하얀 찻길을 그녀의 차에 의지해 조그만 관광호텔에 내렸다. 그녀는 나를 살짝 밀친 뒤 서둘러 카운터로 가서 숙박비를 계산해버렸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커피 한잔이라도 하고 가라 했다. 그녀는 따라 들어 와 정말로 커피 한잔을 하곤 나가려 했고, 나는 잡지 않았다. 방문 앞에서 가볍게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그녀를 그윽이 쳐다보다가 방문을 닫고 들어왔다. 창문을 활짝 열고 눈 내리는, 차고 포근한 대기와 호흡하며 담배 한 대를 길게 피웠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와 있었다. 다시 전화를 거니 곧바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잘 들어왔다고요. 옷도 갈아입었어요."
 
"응. 오가느라 추웠지? 오늘 만나서 좋았어. 정말로..."
 
"왜 나 그냥 보냈어요?"
 
"응?  응... 갖고 싶긴 한데... 아껴주고도 싶었어."
 
"치.. 아낄 것도 많다. 언제 봤다고 아껴요?"
 
"흐흐. 내가 좋아하니까."
 
"자지 말고 기다려요. 금방 갈게요."
 
"그냥 자. 오긴 어딜 와?"
 
그녀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고, 다시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20여 분이 지나 문 앞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글쓴이ㅣ글루스틱
원문보기 http://goo.gl/Yq8DKt 
레드홀릭스
섹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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