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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파가 뭐야? - 사랑, 섹스 그리고 정조 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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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굿 럭 척> 중 ‘섹파’란 ‘섹스 파트너’의 줄임말입니다.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배우자 혹은 연인은 아니지만 섹스를 나누는 이성을 말합니다. 1990년대에도 이와 비슷한 의미로 ‘엔조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책임질 것이 없는 그저 만나서 즐기는 사이라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사랑해야만 섹스를 할 수 있는 걸까요? 애석하게도 남녀 모두 생물학적으로는 사랑 없이도 섹스가 가능합니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지요. 인간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공정한 짝짓기를 추구해 왔습니다.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서 혼전 순결을 지키고 남의 배우자와의 섹스를 금지함으로써 부부간의 성적(性的) 소유권을 보장한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적(性的) 소유권을 정조 관념이란 것으로 확장시켜 배우자뿐 아니라 연인에게까지 적용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연인,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섹스를 나누는 사람들을 비난하였습니다. 정조를 지키지 않은 사람에 대한 분노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입니다. 심지어, 바람을 피운 배우자에게 법으로 책임을 묻기도 합니다. 문제는 성적(性的) 소유권이 정조 관념으로 확장되면서 정신적인 영역까지 포함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배우자, 연인이 아닌 이성과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는 것도 정조를 지키지 않은 것이라 규정하여 분노의 대상으로 삼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섹파는 나쁜 것일까요? 하룻밤 불장난 상대이든 장기간 지속된 관계이든 배우자나 연인이 아니면 모두 섹파입니다. 배우자와 연인이 있는 사람들에게 섹파란 용납할 수 없는 악(惡)입니다. 하지만, 싱글에게는 어떨까요? 싱글이라도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합니다. 왜 싱글에게 섹파가 있으면 문란하다는 비난을 할까요? 그것은 아마도 섹파와의 섹스 속에는 ‘책임’이라는 단어가 빠져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혼에 대한 책임을 제거하고, 정조 관념이 주는 책임을 제거하니 섹스 속에는 쾌락만 남은 것처럼 보이는 걸까요? 제 생각에는 몸과 마음을 분리하는 것을 문란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몸 가는 데, 마음도 간다.” 라는 말도 있고, “마음이 열려야 몸도 열린다.” 라는 말도 있습니다. 두 말은 순서만 다르지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인다는 공통된 말입니다. 그런데, 섹파의 존재는 몸과 마음을 분리해야만 가능합니다. 섹스를 하지만 사랑도, 책임도 면제된 상대이니까요. 어떤 분은 섹파 관계를 오래 유지하려면 절대 마음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마음을 주는 순간 상대는 자신에게 더이상 섹파가 아니라 연인으로 느껴지게 되더랍니다. 문제는 서로가 마음을 주고받지 못하고 한 사람만 마음을 주었을 때, 그 관계는 끝이 나더랍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이 갔습니다. 하지만, 섹파란 관계는 과정이지 목적은 아닐 것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몸을 섞으면 없던 애정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생물학적으로도 스킨십에 의한 호르몬 분비가 확인되니까요. 애정이 생기면 섹파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애정이 생기는 순간 상대는 더 이상 섹파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섹파가 아니면 그 사람과 절대 함께할 수 없는 것이 확실한가요? 만일 “예”라고 대답하신다면 섹스 파트너라는 표현보다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표현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서양에서 우리가 말하는 섹파를 표현하는 말은 Friends with benefit, 줄여서 F.W.B 라고 합니다. Benefit(이익)이란 단어가 인상적입니다. 섹파가 아니면 함께할 수 없는 관계는 Benefit(이익)을 나누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비즈니스 파트너란 표현이 더 적당하지 않을까요? 저는 섹파도 인간관계의 한 종류라고 봅니다. 선후만 다를 뿐, 사람과 사람이 만나 몸을 섞고 대화를 나눕니다. 속칭 썸 타는 사이와 하나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저, 그 이상의 관계가 되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없는 거겠죠. 그래도, 저는 섹파라는 관계가 섹스를 위한 인간관계가 아니라 섹스로 시작한 인간 관계이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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