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물결들
또-각, 또-각 아스팔트를 찍어대는 아찔한 차림의 여성들이 즐비한 거리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득해지곤 한다. 금요일 여섯 시, 풍경들이 육중한 살결들로 넘쳐난다. ‘우와 저 여자의 하체를 봐. 발가락부터 빨아올리면 상큼한 비명이 줄줄 흘러 내 입가를 적실 거야’ 넘쳐나는 여자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생각들이 길길이 날뛰기 시작한다. 그녀들의 다리와 가슴, 골반의 유려한 라인이 물결이 되어 나의 신경 이곳, 저곳에 퍼진다. 저기 저 애정의 원형들을 보고 있자면 오늘 밤은 곱게 자기 글러 먹은 것 같다.
2. 두둥실 풍만하게 떠오르는
평생을 딱딱함만으로 살아와서 그런지 여자들의 젖이 이다지도 사랑스럽다. 문득 보드랍게 부푼 유선형의 풍만함을 떠올린다. 두둥실 머리 위로 그려진 그녀의 꼭지는 내 혀 놀림에 발맞춰 점점 자신의 고개를 쳐든다. 장난스럽게 깨물다가 손가락으로 살짝 비틀면 어느새 그녀의 젖무덤이 축축하다. 그곳에 내 얼굴을 묻는다. 아, 이대론 안 되겠다. 상상이 구체화 되면 나의 중심은 어느새 꼿꼿이 자신의 욕구를 시위한다. 고추를 꺼낸다. 어쩜 북한산 백운봉보다도 커 보인다. 나의 손이 그 위를 오르고 하산하길 반복하자 영광의 액체가 콸콸 쏟아진다. 비워내고 나니 컴퓨터 앞엔 선덕을 중시한 현자 한 명이 앉아 있다.
3. 물소리
입과 입이 서로를 빨아들인다. 각도를 약간 틀어 공간을 만든다. 쑤욱 찰진 그녀의 숨결들이 내 이빨 사이로 들어온다. 내 혀가 가지런한 그녀의 치아를 더듬다 이내 그녀가 나의 혀를 쉴 새 없이 빨아들인다. 척척, 감기는 물소리가 안쪽에서 바깥으로 차오른다. 나의 손이 자연스레 그녀의 물길을 향해 뻗어 나간다. 저 깊은 곳으로. 아 생각에 잠기기만 하면 야릇한 감정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난 진정 변태가 아닐까? 음험한 생각들이 자꾸만 물 밖으로 기어 나온다.
저 위에 나열해 놓은 외설적인 글들은 내가 했거나 내 주변 사람들이 한 상상들을 세밀하게 적어놓은 것이다. 요컨대, 남자들이란 매일 상상을 한다. 여자를 섹스를 그리고 체위들과 상황들을 말이다. 거리를 걷다 터질 것 같은 하체나 너무 커서 옷 밖으로 넘쳐나는 가슴을 봤을 때 남자들은 야한 상상을 하며 그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이것은 불가항력이다. 남자들에겐.
사실 섹스에 대해 상상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다만 풍만한 거유와 둔덕이 뚜렷한 엉덩이를 떠올리는 시간은 셀 수 없이 길다. 이러한 상상들은 우리도 모르게 의식 저 너머에서 한 발자국씩 다가온다. 가끔은 섹스라는 행위에 침몰하는 나 자신에 대하여 환멸감을 느낀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스스로가 떠올린 야한 상상들로 발기한다. 그 곡선과 꼭짓점을 떠올리며 긴 상념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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