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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허의 매력을 가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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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시자들]
 
상상하지 못한 것, 기대하지 않은 것, 신경조차 쓰지 않던 것. 의외의 길모퉁이에서 맞닥뜨린 매력에 우린 한없이 빠져들곤 합니다. 꼭 그게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게 아니라도 말이죠. 전 이런 예측불허의 매력이 참 좋아요. 언제 어디서 누구와 맞닥뜨릴지, 걷잡을 수 없게 좋아져 돌이킬 수 없는 그런 상황이요.
 
이미 빠져든 뒤에 생각해봐요. 볼수록 매력 있는 스타일이었나? 아니면 나 혼자 멋대로 반해버린 건 아닌가? 꼭 이성이 아니더라도 마냥 바보같이 실실대고 다니던 친구, 무심히 지나치던 직장상사, 나만 보면 못생겼다며 TV 성형프로그램이나 나가보라던 초 밉상 선배까지. 언제 갑작스럽게 호감이 생기고 동경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허구의 인물과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있음직한 이야기를 적어보아요.
 
1.
어떤 남자를 만났다. 뭐 그냥 회사 동호회라든지 또는 업무과 관계된 비슷한 직종의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그의 첫인상은 매우 좋았다. 매너도 있고, 조곤조곤한 말투에서는 기품이 돋보이고. 공과 사가 뚜렷해 보였다. 첫 만남에서 알게 된 건 이 정도. 비즈니스 메이트로 아주 좋을 것 같은 사람. 친해지면 좋을 것 같은 사람.
 
흠… 뭐 이 남자 좋아 보이긴 하지만 일단 체형이 썩 맘에 들진 않는다. 다리가 나보다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손가락이 나보다 예쁜 것 같기도 하고. 뭐 키 크면 옷 핏은 살겠지만, 내가 바라는 몸은 영 아니거든. 그냥 일하기 좋은 사람인 거지 뭐.
 
2.
회사 근처 약국에 갔다가 그와 마주쳤다. 그는 독감으로 병원 처방을 받아왔다고 한다. 집이 가까운가? 첫 만남 때와는 달리 집 앞 조깅하는 듯한 옷에 눈도 풀리고, 엄청 아파 보인다. 안쓰럽다고 해야 하나? 그 와중에도 날 만나서 반가워했다. 마스크를 쓰니까 예쁘장한 눈이 좀 돋보이기도 하고. 데려다준다기에 금방이지만 안부도 묻고, 그렇게 헤어졌다.
 
3.
업무차 그의 회사로 왔다. 전화통화나 이메일로는 할 수 없는 일, 그리 멀지도 않아서 우린 또다시 만났다. 처음엔 몰랐는데 되게 프로패셔널하다. 불금엔 친구들이랑 신세 한탄하느라, 주말엔 늦게까지 자느라 소홀했던 자기계발 생각에 움츠러든다.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온 거길래? 왜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4.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한동안 바빴다. 맡은바 번갯불에 콩 구워낸 수 주 후, 뒤풀이 겸 회식자리다. 홀가분한 마음에 한두 잔씩 권하는 술을 받아 마시고 쥐도 새도 모르게 몇 명이 빠져나간 자리. 화장실을 갔다가 약간 어지러움을 느껴 바람을 쐬러 나왔다. 얼굴로 찬바람 맞으며 서 있으려니 그도 나왔다. 서로 약간씩 알딸딸한 상태에서 나누는 이야기. 왜인지 자꾸만 이상하게 흐르는 것 같다. 서로의 이상형에 대해 알게 되고 그의 인생관에 대해서도 듣고. 타이트한 그의 성격. 망했다, 나란 계집애. 이렇게 생각 곧은 사람 미친 듯이 좋아하는데. 술기운도 오를 만큼 올랐겠다, 혼자 저만치 앞서가는 내 맘을 어떻게 잡아야 좋을까.
 
 
글쓴이ㅣ오후한시
원문보기▶ http://goo.gl/efEQ7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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