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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행  
10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이 간단 명료하고 당연한 이야기를 대부분은 부정하고 살아간다. 생각해보면 모르는 척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맞아.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야 뭘 열심히 하냐. 어차피 죽을 거.” 라고 하지는 않다. 어차피 죽지만 당연히 아직 멀었겠지 라고 은연중에 그렇게 믿으며 사는 거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는 나 역시 죽음이라는 개념을 생각 안하고 살았다. 그녀는 거래처의 여직원이었고, 나와 함께 공통된 고객과의 프로젝트를 해야했다. 그러니까, 갑을 관계는 아니었다. 파트너 관계 정도? 라고 봐야 옳았다. 
 
그녀와 난 정말 지겹게도 다퉜다. 나는 그녀 업무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저 새낀 왜 맨날 지랄이지?’ 라는 입장이었다. 이해는 갔다. 그 당시에는 정말 답답한 거 못 견뎠다. 
 
당시 우리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내가 그녀가 같이 잤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 까무러치게 놀랄 게 뻔하다. 그만큼 우리는 만나면 으르렁댔다. 엑소도 아니고. 아무튼, 말만 존대였지 서로 짜증만 내는 게 일상이었다. 이번 일만 끝나면 절대 보지 않으리라.’ 이게 그녀와 나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런데 웃긴 건, 같이 중국으로 출장을 가야 하는 건이 많았다. 보통의 업무 파트너와 출장을 가면 인천공항에서부터 만나서 가기 마련인데 우리는 현지 공항도 아니고, 일터에서 처음 만날 정도였다. 같은 비행기를 탔음이 분명한데 굳이 찾지도 않았으며 만나지도 않았다. 
 
그 날도 그랬다. 역시나 출장지에서도 우리는 부딪혔고, 급기야 그녀가 일 하다가 엉엉 울었다. 나는 처음엔 당황했고, 그 다음엔 짜증이 났고, 그 다음엔 화가 났다가 그 다음엔 미안해졌다. 
 
“맥주나 한 잔 합시다. 끝나고.”
“싫은데요.”
“나도 싫은데 그냥 합시다.”
“싫은데 왜 마셔요?”
“사과는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사과를 하신다구요?”
 
그녀와 일하면서 단 한 번도 사과한 적 없다. 이유는 당연했다. 난 잘못한 게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사과를 한다니까 그녀가 어이없어 하며 되물었다. 내 사과가 그렇게나 희귀한 것인 모양이다. 마치 장사꾼이 흥정도 안 했는데 알아서 깎아준다고 말한 기분이었단다. 
 
난 그날 사과를 했다. 그렇게 까지 말해서 미안하다라고 하고 우린 완전히 만취했다. 결국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그녀의 방에서 한 잔 더 하기로 했다. 가격에 비해서 과하게 넓은 그녀의 호텔방에서 우리는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다. 약속한 듯이 일 이야기는 하나도 안했다. 본능적으로 또 싸울까 봐 그런건가 싶다. 평소에는 관심이 단 1도 없었던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 물었다. 서로 묻고, 답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쯤에 정신을 차려보니까 (정확히 말하면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그녀는 내 무릎위에 앉아서 깔깔 거렸고 나는 ‘자꾸 이러면 가슴만진다?’ 라고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웃긴 얘기다. 일을 할 때엔 상상에서조차 그녀를 만진 적이 없다. 상상속에서 맞장을 뜬 적은 있어도. 
 
아무튼, 우리는 그날 서로 ‘ㅇㅇ씨 알고 보니 좋은 사람이네요’ 라는 개소리를 서로 하다가 개소리를 한 영향에서인지 도기 스타일로 섹스했다. 그 날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웃기네. 이렇게 된 게 진짜 어이없어.”
“뭐 어때. 하지 말라고 계약서에 써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후회돼?”
“아니. 안되는데. 굳이 한다면 진작에 해버릴 걸 하는 생각은 드네.”
“그러게. 죽으면 어차피 없어질 몸, 그냥 오빠 자빠트리고 진작에 섹스로 풀 걸 그랬어.”
 
농담 같지만, 그녀는 그런 말을 자주했다. 
 
‘죽으면 다 없어질 걸 뭐.’
‘네가 나보다 오빠지만 가는 데는 순서 없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녀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셨고 무슨 불행인지 그 다음해에는 베프가, 그 다음해에는 이모가 돌아가셨단다. 그 이후로 죽음에 대해 신중히 생각했다고 한다. 그녀가 가진 의문은 이런 것이었다. 
 
‘과연 죽는 것은 슬픈 일인가?’
‘어차피 갈 거 미리 가는 것이 그리 억울한 일인가?’
‘모두가 죽는 와중에 왜 모든 사람들은 삶에 집착하는가?’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럼 어차피 죽을 거 지금 미리 죽자라고 생각해 본 적도 있어?”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내게 말했다. 
 
“그 생각은 안 해봤네. 지금 사는 게 재밌어서.”
“아 그래?”
“재밌잖아. 원수 사이였던 사람이랑 섹스도 해보고. 물론 다신 그런 일은 없겠지만.”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우리는 그 날 이후로 수도 없이 섹스를 했다. 그녀는 만날 때마다

‘아씨. 이게 마지막 인 거 알지? 프로젝트 끝나면 다시 끝인 거야.’
 
라면서, 마치 뉴욕에 사는 커리어 우먼 신여성 같은 오그라드는 멘트를 종종 날렸는데 처음에는 무슨 이게 섹스 엔더 시티냐 그러다가도 나중에는 신경도 아예 쓰지 않았다. 어차피 그 다음주에도 그녀는 나와 있을 게 뻔했으니까. 게다가, 그녀는 에세머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 SM성향을 맞춰 주었는데, 나중에는 일을 잘 못해서 나 한테 맞는 기분이라 뭔가 일 하다 가도 긴장을 하게 되더라 라며 웃었다. 
 
그런 그녀가 부산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이유는 역시나 이직이었고, 부산에 연고하나 없는 주제에 그녀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부산으로 이사했다. 뭐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우리 언제 한 번 보자. 부산 꼭 놀러와. 응 시간 나면 갈게. 등등의 공수표만 던지다가 몇 년이 흘렀다. 나 역시 그녀가 바쁜 일상속에서 점점 잊혀졌고, 내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미세 먼지가 심했던 그날, 나는 그녀와 가볍게 주고 받았던 농담들이 진실이 되어 나를 찾아왔음을 알게 되었다. 
 
“섹스는 해도 되나요?”
 
내가 의사에게 질문했을 때 그는 웃었다. 딱딱하던 표정이 풀리더니 박장대소했다. 
 
“결혼하셨나요?”
“아니오.”
“여자친구 있으세요?”
“아뇨.”
“근데 그게 왜 궁금하세요?”
“사람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잖아요.”
“그것도 그러네요.”
 
의사는 내게 웃으면서 섹스는 괜찮다 라고 말해주었고 나는 그게 또 엄청난 호재인 것처럼 나이스! 하면서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거짓말 처럼, 부산에서 그녀로부터
연락이 왔다. 부산 언제쯤 놀러 올 거냐는 말이었다.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게 된 내 친구가 내게 물었다. 
 
“너 그러면 오줌통 같은 거에다가 오줌 싸야 되냐?”
“아니. 집에 화장실이 있어서 그걸 이용하지.”
“아아. 그 정도는 아니구나.”
“응. 고맙다. 심각하게 뻥튀기 해줘서.”
 
내 말에 친구는 또 진지하게 물었다. 
 
“전조 증상이랄까 뭐 그런 게 있냐? 영화처럼 막 으어어어! 하면서 픽 쓰러져?”
“니 얼굴 보니까 토할 거 같긴 해.”
“아 그래? 그럼 고개 돌리고 물어볼까?”
“뭐 글쎄. 전조 증상인 건 모르겠고. 몸이 점점 맛탱이가 가는 게 느껴진다.”
“예를 들면?" 
“글쎄 정확하게 말하긴 어려운데, 왜 컴퓨터도 맛이 가기 전에 느려지거나, 혹은 갑자기 재부팅이 되거나, 아니면 뭐 안에서 우웅~하는 소리가 나거나 그러잖아. 몸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그냥 여기저기 사소하게 고장난 게 느껴지지.”
 
그 대화를 하고나서, 나는 무슨 생각인지 그녀에게 연락해서 마치 동네 마실가는 사람처럼 부산 가는 기차를 타고 말았다. 생각하니 허무했다. 마음 먹으면 이렇게 쉽게 갈 수 있는 것을, 나는 그동안 뭐 때문에 부산에 있는 그녀를 마치 유럽에 있는 사람처럼 취급했을까. 그녀 말마따나

‘죽으면 다 소용 없는 것들’

에 왜 그렇게 집착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녀는 일을 못해서 내 불만을 산 것이 아니라 매사 여유롭게 일을 했을 뿐인 거구나 싶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갈 거, 뭘 그리 복잡하게 치열하게 사는가? 그게 그녀의 마인드였나 보다. 
 
서울도 아니고 상해도 아닌 부산에서 만나는 그녀가 조금 낯설긴 했다. 오랜만에 본 그녀는 그 날 그대로였다. 여전히 샤방샤방한 치마 입는 걸 좋아하는 군이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회를 먹으면서 그녀가 말했다. 
 
“오빠 엄청 살쪘네?”
“응. 다이어트 해서 뭐하냐. 어차피 사람은 다 죽는 데 먹고 싶은 거 먹고 살아야지.”
 
물론 그녀에게 내 사정을 말하진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는 유쾌한 말만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실없는 농담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너 황기순 닮았어'
뭐 이런 밑도 끝도 없는 말부터 시작해서 ‘그래서 지금은 만나는 남자 있니?’ 등의 아주 조금은 진지한 이야기도 했다. 그녀는 섹스할 애인도 파트너도 없으며, 여전히 내가 보면 쌍욕을 할 정도로 아주 느긋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고 했으며, 최근에 물류팀 직원에게 고백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 상해의 기억을 되살릴 겸 모텔에서 칭다오 마실래? 라는 내 개수작에도, 그녀는 속아주는 척 따라왔다. 
 
문을 열고, 샤워를 하고, 장난 스럽게 서로를 만지다가 키스하고, 잡아 먹을 듯이 물고 빨고 깨물면서, 한 때는 정말 익숙했던 그녀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새로워 지는 구나 싶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실 나는 지금 내가 겪는 모든 일이 새삼 새롭다. 
 
“임플라논 했으니까 안에다가 싸줘.”
“그게 좋아?”
“응. 뜨거운 게 느껴져서 좋아.”
 
그녀는 내가 사정할 때 내 목을 꽉 안는 걸 좋아했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는데, 그녀와의 섹스가 늘어나고 나서부터는 나 역시 그녀의 등 뒤로 손을 넣어 꽉 하고 안는다. 그냥 꽉 안으면 안되었다. 갈비뼈에서 육수나올 정도로 안아야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지, 나는 그녀의 몸이 부숴져라 끌어 안았고, 그녀는 그제서야 오르가즘 섞인 신음을 내뱉었다. 
 
“살찌니까 되게 감촉이 폭신해졌네.”
“이거 근육이야. 힘주면 움직여.”
“그래? 힘줘봐.”
“지금은 힘을 다 써서 내일 보여줄게.”
 
몇 년을 함께했던 사이라서, 또 그만큼 몇 년을 떨어져 있어도 서로에 대한 정보는 몸이 기억한다. 사정 후 꽉 끌어안고 있다가, 같이 샤워실에서 뜨거운 물을 맞으면서 
끌어 안고 있다가, 정말 수증기 때문에 땀이 날 정도가 되면 그제서야 밖으로 나와 물기가 덜 마른 몸으로 침대 속 이불에 들어가 다시 끌어 안는 것. 그리고 그 이후로 등을 두들겨 주면 그녀는 금방 잠이 들었다. 섹스하기 전 약속한 것도 아닌데 우리는 몸이 기억하는 섹스루틴 그대로 밤을 보냈고,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아마 보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거야.”
“그건 주로 내가 했던 말 아닌가?”
“아니 이건 좀 달라. 너는 그냥 허세였고, 나는 진심이니까.”
“왜?”
“가는 것에 순서가 없다며? 어찌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니까.”
 
신기하게 그녀는 내 말을 추궁하지 않았다. 오빠 죽어? 라고도 되묻지 않았다. 죽음에 대해 신중히 생각했던 사람 답게, 가만히 내 말을 곱씹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간의 정적 후 그녀가 말했다. 
 
“그럼 생애 마지막 돼지 국밥 먹으러 가자.”


글쓴이 늘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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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고니 2019-04-27 14:57:15
울림이 있는 글이네요~
펄리 2019-04-26 15:31:35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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