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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만난 천사 간호사 누나 2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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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만난 천사 간호사 누나  1 ▶ http://goo.gl/Wbg63h


영화 [국제시장]
 
천사가 위병소 앞에 있습니다. 청바지에 하얀 반팔티만 걸친 채로... 식상하겠지만 긴 생머리까지 풀 옵션이네요. 새벽 6시에 말입니다. 우연과 운이 겹치고 겹치면 필연이 된다는데 그녀가 필연을 만들어 주려나 봅니다. 제 손을 잡고 택시에 태웁니다. 택시도 타고 온 채로 미터기가 돌아가고 있네요. 시내로 나갑니다. 전 아직도 어리둥절합니다. 그리고 갈 데도 없고 문 연 곳도 없는 시내를 걷습니다.
 
"힘들지 않아?"
 
먼저 입을 뗀 건 역시 천사입니다.
 
"다 힘들겠지. 군인은..."
 
대답합니다.
 
"말 놓은 거야? 어쭈~ 차렷!"
 
그녀가 군기를 잡네요. 풉. 전 제 전투모를 그녀의 생머리에 씌워줬습니다.
 
"끝까지 천사해줘 갈구지 말고... 위병소에 와준 건 정말 고마워. 표현이 이것뿐이라 미안"
 
"몇 살이야 그럼 나이는?"
 
"22살 너는?"
 
"26. 너는?"
 
"나 장남이야 누나도 형도 없어. 바라지도 마라"
 
"모자가 크네... ㅋㅋㅋㅋ"
 
"......."
 
2002년도의 아침은 참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린 그 시간에 유일하게 열려있던 게임방으로 들어갑니다. 미니홈피에 올린 어릴 적 사진도 서로 보여주고 하면서 이름, 사는 곳 등의 호구조사를 자연스레 마칩니다. 핫바에 컵라면 먹으니 9시. 그곳에서 나와 또 두리번두리번 갈 곳을 잃은 채 걷습니다. 제 머릿속은 뻔하죠.
 
'얘가 위병소까진 왜 왔을까...?'
 
천사가 말합니다.
 
"넌 다리도 안 아프니?? 군인은 원래 잘 걸어??"
 
"갈 곳이 없잖아. 천천히 걸을까? ㅎㅎ 어려서 못 쫓아 오겠지?"
 
"오락실이다~"
 
"..."
 
펌프 게임을 합니다. 전 동전 노래방에 슬그머니 동전을 넣고 노래합니다. 그놈의 조교 생활은 너무 뿌듯하고 보람됐지만 제 목소리는 완전히 앗아 갔습니다. 어찌나 소리 지르고 말을 같은 톤으로 많이 했던지... 그녀가 부스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노래하네요. 전 노래 잘하는 여자가 좋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잘하네요. 그리고 정신 차리고 손을 잡아 강제로 끌고 나왔습니다. 할 얘기가 있었습니다.
 
"왜 온 거야 아침부터?"
 
"나 때문에 나왔잖아."
 
"그렇지.. 근데 너무 이른 시간에 나와서 고마운데 미안하고 궁금하잖아"
 
"뭐가 궁금해?"
 
"너무 호의가 지나치니까...."
 
"뭐가 지나쳐 멍청아. 너 내 연락처 알아?"
 
"아니..."
 
"그럼 우리 데이트 약속은 어떻게 만나려고 했는데?"
 
"....."
 
"이 자쉭이 콱 그냥 따라왓"
 
"....."
 
그랬습니다. 뭐 군바리가 삐삐 따위도 없는 판국에 외박에만 꽂혀있었지... 며칠밤을 지샜웠어도 계획은 없었던 거죠. 천사는 끝까지 용의주도하게 저를 구해줬습니다.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그냥 1박 2일간 복종하겠다 마음먹고 이끌려 갑니다. 26살의 그 누난 예뻤고, 꽃다운 그녀 손에 끌려가는 저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빡빡 깎아 놓은 머리에 조교랍시고 휘장과 휘슬이 출렁이는 군복으로 시선은 더욱 많아졌고 우린 즐기듯 걸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침묵을 깬 건 역시 천사님.
 
"자자"
 
"뭐?"
 
"콱 그냥 누나 몇 시에 일어났는데.. 센스없는 녀석아"
 
"센스는 없어도 내가...본능은 있을 텐데??"
 
"넌 본능이 일어나는 순간 복귀야"
 
"안자!"
 
"따라왓!"
 
모텔촌 입구를 최단거리로 가더군요. 모텔 사장님이 대실 할 거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10만원을 떡 하니 카운터에 밀면서 말했습니다.
 
"사장님 저 군인이라 오늘 여기서 1박 할 건데 잔돈은 필요 없고요."
 
"그래? 저기 엘리베이터 타고 505호로 올라가 어서 왼쪽 끝 방이야"
 
"네~ 수고하세요~"
 
방에 들어가니 천사는 절 의심하고 취조하기 시작합니다. 대체 모텔을 얼마나 와본 거냐며 지지 않고 받아칩니다. 최단거리로 여기까지 온 게 누군데... 그러다 툭탁툭탁... 간지럼도 피우고 베개도 툭툭 치다가 그만... 제가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공격합니다.
 
"너 복귀라고 경고했지?"
 
"응"
 
"아 정말...읍..이야..."
 
"어어"
 
"야~아..."
 
"쉿..."
 
"....."
 
"....."
 
혈기왕성한 나이의 두 젊은 남녀는 당연히 몸을 섞었습니다. 모텔 입성 11시. 섹스하고 자고, 섹스하고 자고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이런저런 이야길 하며 모텔에서 한발 짝도 나가지 않은 채 배달음식을 먹습니다.
 
우리 부대엔 5개의 교육중대가 있었고 6주 교육을 받는 훈련병을 1중대부터 1주일 간격으로 받으니 적십자의 헌혈차는 거의 매주 신교대에 들어오게 되었고 천사 누나도 순번대로 하면 1개월에 2번 정도는 부대에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와 인연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등병 시절 제가 고참에게 괜히 한 소리 듣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고 고참이 자리를 떠날 때 바로 그 뒤를 따르던 저는 천사 누나와 눈이 마주쳤고 제가 멋쩍었는지 슬쩍 웃어주고 그냥 갔다네요. 어렴풋한 제 기억을 짜 맞추면 쪽 팔려서 그냥 못 본척하란 의미로 멋쩍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병을 달고 피엑스 심부름에 갔다가 두 번째 마주쳤는데 베지밀을 그냥 전자렌지에 돌리려고 한 누나 손을 잡아채고 제가 뚜껑을 따준 뒤 렌지에 넣어 주었다네요. 그런데 인사도 나누기 전에 고참이 나타나 또 잔소리와 함께 전 사라졌답니다. 우연히 3번 겹치면서 공교롭게도 그 누나는 제가 좀 힘들어 보일 수 있는 모습만 보게 되었고 전 그 덕에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녀의 우연 스토리와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됩니다.
 
월드컵 경기는 완전히 잘 못 알고 있어서 월요일이 경기 날 이란 걸 알게 되었고 전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에 축구고 뭐고 그녀와 1박 2일을 모텔에만 있었습니다. 군 생활 내내 부대가 있던 지역에 살던 그 누나는 면회도 몇 번 오고 제가 휴가나 외박, 외출 나갈 때마다 함께했죠. 전 이등병 첫 휴가에서 고등학생일 때부터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진 상태였고, 목과 무릎을 다치고 영창도 다녀와 참 힘든 군생활을 하던 중 단비와 같은 천사 누나를 만나 사고안치고 군 생활 무사히 마쳤습니다.
 
제대하던 날 그녀와 함께한 시간이 마지막이었고 그녀는 제주 발령을 받아 내려갔다가 1년 뒤에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나중에 스튜어디스가 되었다는 소식만 쪽지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렇게 천사는 사라졌습니다. 아주 뜨거운 여름을 보내야 하는 대한민국 가장 더운 그곳에서 전 뜨겁다기보단 따뜻함을 가진 천사 덕분에 행복한 추억을 만들었고 애인 사이가 아닌 사람과의 잠자리를 처음으로 경험하게 해준 그녀가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이 되면 문득 떠오르곤 합니다.
 
월드컵 특수의 영향은 아니었지만 나름 그 시절의 추억이 있어 이렇게 회상해봅니다. 대한민국 축구 4강. 우승은 못 했지만 굉장한 성적이었죠. 그녀와의 군 생활 추억. 끝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저도 굉장한 추억이었습니다. 우리에게 2002년의 4강 신화가 살아 있듯이 제게도 그녀는 기억 속에 살아있습니다. 4강의 감동 그 이상이었으니까요.
 
 
글쓴이ㅣLipplay
원문보기▶ http://goo.gl/z3n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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