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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과 정신적 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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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BDSM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이해도가 낮은 사람에게는 거부감 혹은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신중히 읽기를 권장합니다. 또한, 폭력과 BDSM의 경계를 모호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살며시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실제 BDSM은 반드시 상호 협의와 신뢰, 안전을 바탕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 글에서 다뤄지는 모든 것은 경험과 생각을 기반으로 이루어졌으며, 전문지식은 없습니다. 개인의 의견에 불과하며, 따라서 맹목적인 신뢰나 비난보다는 그저 존중이 깃든 대화를 좋아합니다.
 
뮤직비디오 [earned it]

일전에 지인들과의 만남에서 잠시 SM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야기는 흘러흘러, 정신적 결함과 SM이 어떠한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라는 말까지 나와버렸다. ㅡ참고로 나는 경미한 수준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SMer이기도 하다ㅡ 흠칫했다. 이미 사회적 시선은 정신질환자와 SMer를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스스로 떳떳하면 된 거 아니냐’며 대리자위를 해주는 남자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선 어쩐지 자연스럽게 위축되어버린다. 사실 남자친구의 말이 맞다. 서로가 합의하고, 우리의 행위로 인해 제 3자가 피해받는 것이 아니라면. 그러나 나는 괜히 포르노를 보다가 들킨 중학생이 되고야 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말을 꺼낸 지인은 내가 정신질환자라는 것도, SMer라는 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쭈뼛거리다가 그냥 가만히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 사람들이 나쁘다그러는 건 아니야. 그 사람들 더러 나쁘다고 하는 사람들이 진짜 나쁜 거지. 내 말 뜻은 뭐냐면, 예를 들어서 그러니까, 성소수자들이 본인들을 지칭할 때 ‘이반’이라고 하는 거는 알지? 그런 것처럼. 일반적인 거랑 비일반적인 거. 그걸 말하고 싶어서. 

보통 집단 안에서는 ‘건강’이 일반적인 거고, 또 섹스에 있어서도 SM을 하지 않는 사람들(바닐라: SM성향이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SMer들끼리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이 일반이잖아. 

결함이라고 표현하니까 좀 그런가? 이를 테면, 어릴 적 모친의 부재때문에 엄마 같은 존재가 필요해서 연애시에 잘 챙겨주는 모성애 쩌는 여자가 이상형인 남자들이 있듯이... 뭐 그런 거 아닐까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 때리고 맞고 하는 그런 게...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으려나?” 


뭐라고 해야할지 머리가 까매졌다. 커밍아웃을 해야하나, 그런데 뭐부터? ‘사실은 나 맞으면서 흥분해’? 아니라면, ‘혹시 불안장애라고 들어본 적 있어?’?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래서 정신질환자이면서 SMer인 사람이랑 대화해보니까 어때?’하며 너스레를 떨어야 하나. 아님 친구의 결혼식으로 화제를 전환해볼까, 다른 지인에게 부담감을 토스해볼까... 만감이 교차했다. 

근데 그런 걱정 1도 안 해도 됐던 건, 그 사람들은 이미 나를, 그리고 이미 다른 것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던 사람들이었다. 이 걱정을 만든 것은 나의 옹졸한 자격지심과 별 볼 일 없는 피해의식 아니었을까.

결국 나는 그 자리의 지인들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고, 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힘든 건 없냐, 어떻게 알게 됐냐, 관련 모임이라든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있느냐 등. 나에 대한 걱정들로 꾸려진 대화가 참으로 머쓱하기만 했다. 그리고 괜한 고민으로 발 동동 굴렀던 몇십 분 전의 내가 민망하기까지 했다. 

“전에 만났던 걔도 섹스할 때 엉덩이 때리고 야한 말 시키고 그랬거든? 그럼 걔도 그 쪽이었던 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상호간의 이해와 합의, 그리고 존중이라고. 

“아 확실히 나는 바닐라가 맞는 것 같다. 욕을 왜 하냐.” 

라고 말한 건 욕쟁이였다. 쌍시옷이 안 들어가면 대화를 못 이루는 새끼... 

아니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하는 그의 표정에서 알 수 있었던 건, 섹스할 때는 굉장히 자상한 타입이겠구나. 물론 아닐지도 모르지. 욕쟁이에게 내가 “나 섹스할 때 욕 먹는 거 좋아해.” 했더니 눈이 휘둥그레해져서는 “니가? 하는 거 아니고 먹는거? 그리고 니 남친분이?”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우린 또 다시 욕으로 대화를 시작하고 욕으로 맺고... 

그래서 우리가, 아니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어떠한 접점 비슷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하던 거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건강치 않다. 만성질병 한 개 정도는 가지고 사는 게 현대사회. 그래서 새해인사에 ‘건강하라’는 말이 붙는 게 아닐까. 

비문증ㅡ내가 앓고 있는 만성질병 중 하나이기도 하고, 일상생활에 별 지장은 없다. 밝은 곳을 바라보면 웬 세포 같은 실오라기가 시야에서 둥실둥실 떠다닌다. 귀엽다ㅡ, 탈모, 과색소침착, 이모과다증 등. 일상생활하는 데에 거-의 불편함이 없는 질병들이면서 질환들이다. 이걸 왜 나열했냐면, 아무리 잔병치레 없고 건강하고 튼튼한 사람이라 한들, 샅샅이 뒤져보면 하나쯤은 나올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감기와 위염 장염, 심지어는 술병.

신체적인것 뿐 아니라 정신(심리)적인 것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인의 감기로 우울증을 꼽지 않는가. 뭐가 됐든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굴비처럼 엮고 엮다보면 연관성이 있을 것도 같다- 가 지금까지의 내 의견이다. 

단, ‘모든 SMer에게 정신질환이 있다’라든가, ‘모든 정신질환자는 SMer이다.’하는 명제는 절대적으로 위험하고 성립하기 매우 위험하다는 것.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미 알고들 계시겠지만, 모든 정신질환자(혹은 SMer)가 범법자, 범죄자는 아닌 터.(이를 감형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나는 너무 밉다.) 위와 마찬가지로 역이나 이, 대우의 명제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애초에 거짓명제거든. 

비성향자가 정신적으로 충만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sm성향자 모두가 정신적인 결함을 갖고있다는 뜻도 아니다. 그저 연관성에 대해 짚고 싶었고, 그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싶다. 일례로는, 

남자친구: 흐음... 네 말도 일리가 있어. 근데, 결함이라는 단어 자체가 긍정의 의미는 아니잖아. 이미 니가 내린 결론이 부정적이라고 보는데. 

나: 그치 결함이라는 단어가 긍정은 아니지. 그렇다고 내 결론이 부정이라고 하는 건 조금 성급하게 생각한 거 같아. 검정이 아닌 게 모두 흰색은 아니잖아. 근데 알다시피 정신적으로 충만한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 난 살면서 두 손 꼽게 본 거 같아. 10명 이하로. 일단 나는 아니고 너도 아니고.(매우 웃음) 예를 들어서 얼마 전에 내가 얘기했던 A나, 아님 ㄱ님이나... 블라블라... 부족한 부분을 서로가 채우는 거라고 생각해. 우리가 그런 것처럼. 그러니까 주말에 채우기 고? -후략-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질환이나 질병의 여부를 떠나)상호간의 동의한 폭력은 폭력이 아닌 SM이고,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은 일방적인 SM은 SM이 아닌 폭력이며 범죄라는 것을. 

최근에도 아주 재밌는 사례를 접했다. 꾸준하게 다양한 새로움에 지루할 틈이 없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너-무나도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이 늘 놀랍다. 때리고 맞는 것만이 SM이라고 생각하던 어린 나는, 얼굴 모르는 이와의 온라인플레이만으로도 흥분하고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SM이 섹스의 조미료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던 무지했던 나는 섹스리스 커플도 알게 되었다. Financial Dominant/Submissive 개념은 여전히 충격적이고 놀랍다.

나는 조금씩 자란다. 시나브로. 

공통점은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서로를 채운다는 것.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직 내겐 어려우므로 배제해야겠다. 

이미 충분히 놀라운 세상에, 내 작디작은 생각 보탠다 한들 달라지는 것이 뭐 있겠냐마는 그저 나 같은 사람도 있다- 외치고 싶다. 그리고 혹여, 혼자라고 생각하는 과거의 나와도 같은 사람의 손을 한 번쯤 꼬옥 잡아주고 싶기도 하다. 

이곳엔 온기가 더 필요하다.


글쓴이 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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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홀릭스
섹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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