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I am not an easy man

올해가 가기전에 반드시 꼭 봐야 할 영화. 2017년에 개봉되었지만 2018년에 한국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프랑스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를 소개한다.


ㅣ줄거리

미혼의 남성우월주의자 데미앙은 어느날 갑자기 여성주의 사회에 들어가게 되어 권력있는 여성이자 바람둥이인 알렉상드라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의 관심을 얻기 위해 데미앙은 그가 속한 세상의 ‘반대되는 규칙’들을 따르고자 노력하는데...
- 넷플릭스

거꾸로 가는 남자의 원제는 Je Ne Suis Pas Un Homme Facile. 나는 쉬운 남자가 아니에요라고 해석되며 영어로 번역된 제목은 I am not an easy man 이다. 바로 “나는 쉬운 여자가 아니에요.” 라는 표현의 미러링이다.

미러링은 상대방의 잘못을 뒤집어 보여준다는 의미의 은유로, 

여성혐오적인 말이나 글, 사상, 행태, 행동을 등장인물이나 화자의 성별만 바꾸어 반대로 뒤집어 보여줌으로써 사회의 골조를 이룬 여성혐오를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논증 및 설득전략이라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
- 페미위키 <미러링:전략> 에서

영화는 ‘미러링’을 이용해 지금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성별만 바꾸어 반대로 뒤집어진 사회를 보여준다. 전통적인 여성성과 남성성이 뒤바뀐 세상은 이 영화 뿐만 아니라 1977년에 발행된 <이갈리아의 딸들> 이라는 소설에도 등장하는데 영화보다 좀 더 엄격한 모계사회(여성중심주의) '이갈리아'라는 가상사회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었으며, 거꾸로 가는 남자에서는 보지 못한 언어적인 부분과 문화, 가족사에 대한 미러링을 볼 수 있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거꾸로 가는 남자의 두 주연을 소개한다.

좌) 알렉상드라 우) 데미앙 //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세상이 뒤집어지기 전, 데미앙의 사회(가부장제)는 모든 것들이 남성위주다. 지나가는 여성에게 성희롱 수준의 말을 남발하고 섹스를 위한 하나의 사냥감, 기호로서 여성을 평가한다. 

스마트폰 앱 개발회사에서 근무하는 데미앙은 남성이 한 해 동안 섹스한 횟수를 기록하는 앱을 기획하며 많이 할수록 자지가 길어진다며 구성원들에게 웃음과 함께 인정을 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 여성팀원이 “여성에겐 어떻게 적용하죠?”라고 물었을때 데미앙은 “여성은 꼭 필요하죠”하며 남자들이 기록한 여자를 ‘탭‘하여 보기만 하면 된다며, 선택사항이 없는 주체가 아닌 객체로 만들어버린다. 이때 여성이 “그거 농담이야?”라고 묻자 “유머라고 하지”하며 저녁식사를 같이 해주면 설명해주겠다고 말한다. 

같은 세상에서 알렉상드라는 데미앙의 친구이자 작가 크리스토프의 비서로 데미앙의 '기호'가 된 여성이다. 데미앙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태도에 데미앙은 그녀에게 관심을 쏟는다. 

그러다...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ㅣ성역할이 뒤집어진 세상

데미앙은 길을 가던 중 공동묘지를 가리키는 표지판에 머리를 부딪히고는 눈을 떠보니 여성주의 사회에 와있었다.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지나가는 여성들은 데미앙에게 추파라고 하기엔 과한 성희롱적인 발언을 하기도 하고 엉덩이를 만지기도 한다.

표지판 기둥에 머리를 부딪힌 이후 길을 걷던 중 옆에 있던 친구 크리스토프가 데미앙에게 말한다. “너.. 요즘 피임약 먹지?”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데미앙이 살이 쪘나...하며 꽉끼는 바지에 대해 말하던 중 크리스토프가 말한다. “거기에 뽕 넣었어? 우린 이제 젊지 않아. 넣어야 할 나이라고” 

앞서 회사에서 인정받던 데미앙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로비 안내 데스크에 있는 동료에게 왜 너가 여깄냐고 묻는다. 그리고 바로 동료로부터 한 마디를 듣는다. “조심해. 티셔츠가 비쳐” 

데이트 이후 잠자리에서는 데미앙의 무성한 가슴 털(제모되지 않은)을 보고서 파트너 여성이 “미안한데, 못하겠어”하며 섹스를 거절한다.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데미앙의 친구 크리스토프는 아내에게 사랑받기 위해 스스로를 가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신체적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요가를 다니며 몸매를 가꾸려하고 집에서도 아이패치를 붙이는 등 자신의 발전이 아닌 여성(남성)의 마음을 얻기 위한 꾸밈 노동(코르셋)을 하고 있다.

크리스토프의 아들이 데미앙을 찾아와 같은 반 여자애에게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오럴섹스를 강요받았다"는 얘기를 듣게 되고, 심각해진다.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ㅣ끝으로

가볍게 보면서 재밌다가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게 된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이 영화를 통해 남성은 자신이 느껴보지 못했던(깨닫지 못했던) 차별과 혐오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며, 여성은 여태 자신이 겪어온 불편들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미러링의 효과)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번안된 영화 제목<거꾸로 가는 남자>다. 번역이 아닌 번안으로 기존의 영화 제목이 가지고 있었던 미러링이 사라져버린 것에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여성혐오에 대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영화로서 <거꾸로 가는 남자>. 웰메이드다!

마지막 반전까지.... 이번 주말 영화 한 편 봐야겠다면, 강력크 추천한다.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