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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배낭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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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와일드> 중

2002년 6월 28일

호주 배낭 여행 중의 일이다.

생각 나면 불쑥 짐을 싸 짊어지고 떠나버리는...... 방랑벽을 갖고 있는, 본인 팍시는 97년 가을쯤 마음을 먹은 지 딱 5일 만에 호주 행 비행기를 타버리고 말았다.

벌려 놓은 일들, 내가 꼭 해결해야 할 일들...... 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던 그때 그렇게 무모하고 무책임하게, 불쑥 떠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까지도, 다음에 다음에~~~ 를 다짐하며.... 평생 제주도 한 번 가보는 게 소원인 아줌마로 늙어가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게이코와 톰'의 섹스하는 장면, '(여자)톰과 가브리엘의' 섹스하는 장면, '미쉘과 얀의 섹스하는 장면'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게이 커플의 섹스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호주 동부 해안을 따라, 브리즈번에서 출발하여 농장 일을 하며 조금씩 조금씩 목적지인 케언즈를 향해 올라 가고 있었다. 거의 중간 지점인 Bundaberg라는 소도시의 10불 짜리 backpacker's house(일자리를 알선해주는 졸라 싸구려 유스호스텔)에서 스쿼시 수확 막노동을 하며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10불 대의 유스호스텔은 대부분 남녀가 함께 쓰는 도미토리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다섯 평도 안 되는 방을 8~10 명 정도가 함께 써야 하기 때문에.... 그나마 코딱지 만한 침대는 모두 이층 구조로 되어 있어 ..... 자칫하면 굴러떨어지거나, 바로 머리맡에 붙어 있는 이층 침대가 꺼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함에 매일밤 떨어야 했다.


그러한 침대에서도 섹스가 가능하리라는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었던 본인으로서는 거의 매일밤 벌어지는 그들의 행각이 가히 받아 들이기 힘든 충격이었다.

침대는 방 가운데를 비워 놓고 사각형으로 둘러 쌓여 있었는데 고개를 돌리면 바로, 내 것과 직각을 이루고 있는 침대 위에 옆 친구의 얼굴 혹은 발이 있고, 그 친구의 침대와 직각을 이루는 침대엔 다시 누군가의 얼굴이나 발이 있는..... 뭐 그런 노출된 구조를 이루고 있었다.

그 유스호스텔에 머무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 달이 넘게 장기 체류를 하고 있었고, 각 방 마다 고유의 분위기가 묘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A-1 호실은 주로 호주 본토 출신 남자애들이 많이 모여, 마리화나나 포커를 즐기는 분위기이고..... A-2 호실은 욕실이 비교적 넓고 깨끗하여, 좀 쉬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몰려 가는 분위기이고.... B-1 호 실은, 주로 독서나 편지쓰기를 좋아하는 말 없는 애들이 몰려 있는 분위기이고....... 뭐 그런 식으로 말이다.

공교롭게도..... 내가 처음 배정 받은 방, C -1 호실은 밤마다 날마다 빠굴을 뛰는... 어둡고 야시시한 분위기가 형성 되어 있는 곳이었다.

이층침대에서 자던 첫 날 밤.... 침낭 속에 푹 들어가 얼굴만 내 놓고 자던 나는, 미처 손을 써볼 겨를 도 없이 바닥으로 쿵 떨어져..... 심각한 턱 부상을 당해야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졸라 아프고 황당한 부상 이었다.)

그래서, 그날 밤...... 아일랜드인 소녀 미쉘의 배려로, 아래층에서 자게 되었는데 바로 옆 침대가 요란하게 들썩거리는 것이 아닌가. 잠결에 고개를 돌리니....... 아뿔싸~

내 직각 옆 침대에서 자고 있던 남자와 18세 소녀 미쉘 고뇬이 실 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즐떡을 하고 있지 않은가? 행여 눈이라도 마주칠까 화들짝 놀라, 벽 쪽으로 고개를 쳐 박고 ....... 그날 난 쿵딱거리는 가슴으로 날밤을 지새워야만 하였더랬다.

민망하기도 하고 꼴리기도 하여........ 다음 날 방을 바꿔달라고 주인에게 부탁을 하기도 하였으나, 다른 방은 이미 만원이었고 .... 그렇다고, 남자들만 있는 마리화나와 도박방으로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날 이후로 약 한 달 동안, 그런 류의 생 포르노를 수 차례 목격하여야 했더랬는데....... 이상한 것이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 세 번 정도를 보고 나니, 섹스라는 것이 그리 큰 의미를 가지는 무언가로 느껴지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그들의 섹스에........ 사랑이라는 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서로 중 누구 한 사람이 ....... 감정적이든 신체적이든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배려 하는 듯 했고, 그러한 배려로 인해 그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인 룰이 존재하였다.

1. 침대 입구를 큰 타월로 가려 놓으면, 매우 개인적인 행위를 하는 중이라는 뜻으로 ...
일부러 들춘다든지 들여다보면 안 된다.

2. 섹스 파트너가 그 유스호스텔을 떠날 때 까지는 다른 파트너를 만들지 않는다.

3. 그룹 섹스를 하지 않는다.

4. 반드시 콘돔을 사용한다.

5. 떠나는 사람은 잡지 않는다.

6. 한 유스호스텔 내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섹스 파트너에 대해 떠벌리지 않는다.

7. 끝나고 나면 반드시 자기 침대로 돌아가서 잔다.

8. 직각방향 옆 침대의 사람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거나, 양해를 받지 않고 일을 치른
경우...... 다음 날 맥주 한 병이라도 사주면서 사과한다.

9. 마리화나를 나눠 피운다.

10. 같이 있는 동안에는 서로 위해주고, 사랑하는 척(?) 이라도 한다.

게이코라는 섹시하게 생긴 한 일본 기집애는, 섹스 파트너가 버젓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일주일 단위로 파트너를 바꾸다가.... 결국은 마리화나 방의 남자들에게 집단으로 배신을 당했다. 매주 수요일 밤 벌어지는 맥주 파티에서 집중적으로 술과 草를 먹여..... 60명 가량의 관중 앞에서 스트립 쇼를 하게 했던 것이다.

그녀는 다음 날 아침 내내 울다가...... 그들에게 기 막힌 복수를 했는데.......

매일 저녁에 사람들이 몰리는 일자리 안내 판에, “CUTE NUTS~” 라는 제목을 써 붙이고, 10여장에 가까운 A4 용지에 각각에... 자신과 잠자리를 했던 남자들의 성기 모양을 성실하고 자세하게도 묘사하여 그려 붙인 것이다.

유스호스텔 안은 웃음과 분노와 함성의 바다를 이루었고, 그녀는 그날 밤 어디론가 짐을 챙겨 떠나버렸다.

섹스판에도 법도가 있고, 룰이 있을 진데 .......
그것들이 깨지는 순간의 혼란스러움은..........


사실


무척


재미있었다. 
팍시러브
대한여성오르가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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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코딱지 2015-04-21 17:20:37
서양이란 역시~
하늘친구 2015-03-30 20:35:26
워킹홀리데이 가면 대부분이 이런가요?
제 주변도 이런 경험있는 친구가 있내요.
ppangka 2015-02-12 20:14:29
흥미로운 추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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